제88화
고준서의 손은 늘 차가웠다.
그 서늘한 감촉이 손목을 스치자 안신혜는 알 수 없는 불편함을 느꼈다.
문득, 또 다른 손이 떠올랐다.
똑같이 뼈마디가 도드라진 손이었지만 넓고 뜨겁게 감싸오는 온기가 있었다.
자신의 손을 완전히 덮어 주던 그 불타는 열기.
안신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강준혁의 얼굴을 떠올린 스스로를 단호히 밀어내듯, 기억을 지워냈다.
결국 그녀는 저항하지 않고 고준서가 이끄는 대로 정자로 향했다.
주위에 아무도 없자 고준서는 그제야 그녀의 손을 놓고는 돌아서서 울적한 표정으로 물었다.
“내가 오늘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넌 계속 나한테 돌아올 생각도 없었던 거야?”
고준서는 귀국한 뒤, 안신혜를 딱 한 번 마주했었다.
안신혜는 곧장 강씨 저택에 들어가 버렸고 그 때문에 고준서는 미칠 듯한 충동을 겨우겨우 억눌러야 했다.
그녀의 복수를 건드리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하지 않았다면 진작 그곳으로 쳐들어가서 안신혜를 빼내 왔을 것이다.
하지만 고준서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안신혜는 손목을 주무르며 비웃듯 되물었다.
“왜 이제 와서 심심하다고 징징거려? 내가 진작 돌아가라고 했잖아. 네가 억지로 여기 남아 있겠다고 했으면서 왜 이래?”
고준서는 정자 기둥에 한 손을 대고 다가서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코웃음을 쳤다.
“만약 네가 걱정되지 않았다면 내가 왜 여기까지 왔겠어? 이 못된 것아, 내가 구질구질한 이런 곳을 좋아해서 머무는 줄 알아?”
안신혜는 어깨를 으쓱였다.
“나는 멀쩡한데? 지금 이렇게 잘 있잖아.”
고준서는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며칠 못 본 사이 안신혜의 기색이 전보다 훨씬 나아진 게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알 수 없는 시기와 쓸쓸함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래, 강씨 저택에서 잘 지내는 모양이네. 그러니까 날 보러 올 생각도 없는 거겠지. 며칠만 더 있으면 아예 날 잊어버릴지도 모르고.”
그의 목소리에는 불평이 가득했지만 무섭다기보다는 오히려 장난감을 빼앗긴 아이 같았다.
안신혜는 그 속내를 알아차리고는 웃음이 터질 뻔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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