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화
안신혜가 정자에서 나왔을 때, 송승현과 송하영은 강민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세 사람의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띠어 있었고 분위기는 화기애애해 보였다.
그러나 안신혜가 걸어 나오자 그들의 표정은 바로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강민우는 본능적으로 고준서가 따라오지는 않았을까 싶어 그녀의 뒤를 확인했지만 그는 보이지 않았다.
“안신혜 씨, 도련님은요?”
강민우가 해맑게 웃으며 물었다.
“아직 안에 있어요. 가서 걔 옆에 있어 줘요.”
안신혜의 안색이 창백하다는 걸 눈치챈 강민우는 순간적으로 직감했다.
고준서가 함께 나오지 않은 건 분명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었다.
그는 더 묻지 않고 고개만 끄덕이더니 성큼성큼 정자를 향해 달려갔다.
안신혜는 고개를 숙여 드레스를 정리한 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태연히 말했다.
“가시죠. 신흥 그룹 회장님 뵈러.”
...
강민우는 회랑을 따라 서둘러 달려가 정자에 이르렀고 그곳에서 전혀 낯선 모습의 고준서를 마주했다.
늘 당당하고 오만하며 세상에 두려운 것 하나 없는 듯 웃던 그 사람이 지금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마치 세상을 잃은 사람처럼 서 있었다.
“도련님?”
강민우는 진지하지만 낮은 목소리로 불렀다.
지금, 고준서의 안색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어두웠다.
“신혜는 어디 있지?”
“이미 송승현 씨와 함께 신흥 그룹 회장님 뵈러 가셨습니다.”
그 말에 고준서는 이를 꽉 악물었고 이내 몸을 홱 돌리더니 주먹으로 기둥을 연달아 내려쳤다.
쾅!
힘이 얼마나 센지 한 번 칠 때마다 손마디에서 삐걱 소리가 날 정도였다.
“도련님!”
강민우는 깜짝 놀라 서둘러 고준서를 말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고준서의 숨결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는 감히 가까이 다가갈 수 없을 만큼 무시무시했다.
손등에 피가 번져 나올 때까지 분풀이를 하던 고준서는 서서히 행동을 멈췄다.
그리고 한 손으로 기둥을 짚으며 헐떡거리다가 이를 악문 채 이런 말을 내뱉었다.
“강씨 가문에 아이가 있나?”
“네?
강민우는 순간 얼어붙었고 머릿속이 새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