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화
강민우는 고준서가 강씨 가문에 있는 어린아이에게 무슨 일을 시키려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방금 자신이 입 밖에 낸 추측은 절대 아니리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는 서둘러 입을 다물고 멍청한 듯 어색하게 웃으며 고준서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를 피했다.
고준서는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피가 배어 나오는 손등을 닦아냈다.
그러나 목소리는 한결 차분해져 있었다.
“아이를 내 앞에 데려와서 깨끗하고 은밀하게 처리해.”
강민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도련님.”
고준서는 몸을 돌려 걸어 나가다 떠나기 직전,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송씨 저택을 한 번 바라보았다.
오늘 밤, 안신혜는 신흥 그룹의 회장과 재회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그녀의 복수는 또 한 걸음을 내디디는 셈이었다.
1년.
고준서의 가슴 속에 1년이라는 시간의 무게가 마치 돌덩이가 되어 떨어지는 것 같았다.
사실 그는 늘 1년이라는 시간은 짧다고 여겼다.
하지만 막상 살아내려니 이토록 길고 견디기 어려운 세월일 줄은 몰랐다.
...
송씨 가문의 생일 파티 분위기는 한껏 뜨거웠다.
그러나 송승현은 안신혜를 조용히 데리고 나와 별장 마당의 3층 서재 앞에 멈춰 섰다.
“안신혜 씨, 회장님께서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저는 여기까지 모시겠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정원 쪽으로 오세요.”
안신혜는 고개를 끄덕이며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숨을 고르고는 서재 문을 열었다.
책 향기가 감도는 넓은 방 안, 짙은 색 소파에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단정히 앉아 있었다.
노인은 연세와 다르게 눈빛은 매섭고 정신은 또렷했다.
문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그는 순간 표정이 굳더니 이내 온화한 미소를 띠었다.
안신혜는 그 얼굴을 보는 순간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가는 것 같았다.
어릴 적, 할아버지 안국성은 자주 그녀를 데리고 신흥 그룹 회장의 집에 놀러 왔다.
두 어른은 마주 앉아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고 꼬마였던 안신혜는 옆에서 신나게 뛰놀았다.
그때마다 회장은 늘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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