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화
안신혜는 술기운에 의식은 흐릿했지만 단 하나만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절대로 아이 곁에서 쫓겨나면 안 돼.’
그 생각이 너무도 강렬해 흐려진 이성마저 붙잡고 있었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강준혁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를 이런 말을 내뱉었다.
“난... 난 안 봤어. 늘 말 잘 들었잖아. 너 피하려고 항상 숨어 있었다고. 그러니까 제발... 제발 날 쫓아내지만 말아 줘. 아름이랑 떨어지게 하지 마.”
말을 잇는 순간, 목소리는 점점 흔들리더니 결국 울먹임으로 번졌다.
마치 금세라도 울음을 터뜨릴 어린아이 같았다.
강준혁은 평소와 다른 안신혜의 모습에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눈앞의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눈물이 고여 있었는데 그 모습은 불안하고도 처연했다.
그런데 동시에 너무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그의 가슴속을 채운 분노는 어느 순간 막혀 버린 듯 더 이상 터져 나오지 않았다.
‘고작 두 마디 했을 뿐인데 왜 이렇게까지 세상이 무너진 것 같은 표정을 짓는 거지?’
지금 안신혜의 모습은 마치 자기가 흉악한 괴물이라도 되어 억울하게 그녀를 짓밟은 것 같았다.
결국 강준혁이 먼저 고개를 돌렸고 두 주먹을 무의식적으로 움켜쥔 채, 절대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려 애썼다.
곧 그는 저음으로 무뚝뚝하게 이런 말을 내뱉었다.
“누가 쫓아낸다고 했어? 넌 우리 집 안주인이야. 그 신분에 맞게 처신해. 술에 취해 들어오는 건 두 번 다시 용납하지 않아.”
안신혜는 그 말의 의미를 다 헤아리진 못했지만 상대의 목소리에 서려 있는 분노와 차가움은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마치 채찍에 맞은 듯 몸을 움츠리더니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다시는 안 나타날게. 네가 나를 보지도 못하게 할게. 그러니까 제발... 제발 날 내쫓지만 마. 난 아름이랑 떨어지면 안 돼. 내가 잘못했어.”
안신혜는 흐느끼며 강준혁에게 매달렸고 두 손으로 그의 바짓가랑이를 움켜쥔 채 계속 빌었다.
“다시는... 다시는 안 그럴게. 날 제발 쫓아내지 마. 나는 아이랑 있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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