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화
손아윤은 침대 끝에서 걸음을 멈췄다.
다가가지도, 물러서지도 않은 채 그저 그의 다음 말을 조용히 기다렸다.
최주원은 상체를 뒤로 기댄 채 느긋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그 애한테 전해. 필요 없다고.”
‘필요 없다고?’
손아윤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
“왜요? 왜 그 애 건 안 쓰죠?”
“더 적합한 사람이 있어.”
그는 칠흑처럼 깊은 눈동자로 그녀를 한순간도 떼지 않은 채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최주원은 마치 덧붙이듯 말을 이었다.
“그 애는 예비 옵션으로 남겨둘 수 있지.”
건강한 소년과 선천성 심장병 환자 중, 누구의 골수가 더 ‘건강한지’는 답이 너무도 명확했다.
결국 그는 그녀의 골수를 쓰겠다는 말이었다.
그녀를 괴롭히는 동시에 이후의 죽음마저 ‘합리적’으로 보이게 만들 수 있는 선택이었다. 그 사실이 머릿속에서 또렷해지는 순간, 손아윤은 마치 얼음물 속으로 떨어진 듯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차가운 한기가 사지에서부터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알겠어요. 다음에 그 애를 만나면 전해줄게요.”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 몸을 돌려 화장실로 향했다.
그러나 발걸음은 솜 위를 걷는 것 같았고 찰칵 문을 잠근 뒤 손아윤은 문틀에 손을 짚은 채,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다 거짓말이었어...”
두 팔로 자신의 가느다란 몸을 끌어안았다.
온몸을 잠식해 오는 끝없는 냉기를 조금이라도 떼어내고 싶어서였다.
그녀는 그저 복수일 뿐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그는 애초에 그녀를 살려둘 생각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이상할 건 없지...”
자조적인 중얼거림이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인 인간이 어떻게 자기 손에 자비를 남기겠어.”
사람들 앞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그녀의 부모와 오빠는 모두 목숨을 잃었다.
최지유의 수술이 성공하고 나면 두 사람은 당연히 함께 살아갈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 같은 방해물이 이 세상에 남아 있을 이유는 없었다. 수술이라는 절차와 그 끝에 기다리는 ‘심폐소생술 무반응으로 사망’이라는 사인이 그가 미리 준비해 둔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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