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화
석청동 일대는 분명 대형 트럭 같은 중량 차량의 통행이 금지된 곳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오래전에 만들어진 규정이었다.
최지유는 이 일을 빌미로 손아윤에게 책임을 지게 할 작정이었다.
손아윤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도시락통을 정리했다. 이런 곤란한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옆집에서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있어. 그 대형 트럭은 업체 자재 운반용이야.”
최주원이 침착하게 설명했다.
최지유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아, 그래요? 그럼 저쪽 운전자가 너무 부주의했네요...”
손아윤은 도시락통을 가방에 넣고 몸을 돌려 병실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을 향해 말했다.
“먼저 가볼게요.”
최주원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여기 온 지 한 시간도 안 됐는데, 더 있다가 가.”
“그럴게요. 잠깐 아래층에 다녀올 테니까 두 사람 먼저 이야기해요.”
손아윤은 도시락통을 다시 내려놓고 그가 다시 입을 열기 전에 곧장 병실 문을 나섰다.
최주원은 그녀가 떠나는 뒷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눈빛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
“주원 오빠, 제가 괜히 온 것 같아요. 오빠랑 새언니를 방해한 것 같네요.”
최지유는 그의 시선을 따라 힐끗 바라봤지만 손아윤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 뒤였다.
최주원은 시선을 거두고 실망한 표정의 그녀를 부드럽게 위로했다.
“아윤이 기분이 안 좋은 게 네 탓은 아니잖아.”
“네, 알아요. 새언니는 가족이 세상을 떠나서...”
최지유는 고개를 숙인 채 두 손으로 다리 위에 덮인 담요를 꽉 움켜쥐었다.
“그때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말끝이 목에 걸린 듯 흐려졌다.
“지유야, 그건 사고였어.”
최주원은 갑자기 엄숙한 어조로 덧붙였다.
“다 지난 일이야.”
“오빠, 정말 다 지난 일일까요?”
최지유는 눈물을 머금은 채 고개를 들었다.
“요즘 또다시 꿈을 꿔요. 가끔 오빠랑 새언니 결혼식 날 장면이 꿈에 나와요...”
이어서 말하며 그녀의 가냘픈 몸이 걷잡을 수 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너무 무서워요. 제가 벌받을까 봐 너무 무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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