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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도영 그룹. 도강우는 은백색 정장 차림으로 사무실 의자에 앉아있고 비서가 옆에서 업무를 보고했다. 비서는 행여나 실수할까 봐 정신을 바짝 차렸다. 심하윤이 실종된 이후로 도강우는 줄곧 저기압이었다.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이랄까? 하여 그의 수행비서 공수호도 전전긍긍해야만 했다. 업무 보고를 마친 공수호가 담담한 표정으로 도강우를 쳐다봤다. “이상입니다, 대표님.” 도강우는 미간을 구기고 검지로 책상을 이따금 두드렸는데 그건 마치 죽음을 재촉하는 신호 같았다. 별안간 도강우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아직도 못 찾았어?” 공수호는 흠칫 놀라더니 심하윤임을 알아채고 속절없이 머리를 흔들었다. “상대가 너무 은밀하게 숨겼어요. 사모님이 병원에 가신 뒤로 행방이 묘연해졌습니다.” 도강우는 미간을 더 세게 구겼다. 그 순간 커다란 사무실에 싸늘한 기운이 감돌고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공수호가 간신히 버티고 있을 때 문이 벌컥 열리고 심유준이 헐떡거리며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다짜고짜 서류를 책상에 내던지며 말했다. “사인해!” 도강우는 서류를 힐긋 보다가 심유준에게 되물었다. “뭐지?” 이에 심유준이 두 눈을 희번덕거렸다. “강우야, 네가 다인이랑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이란 걸 알아. 하윤이가 드디어 널 놓아줬어. 그러니까 얼른 사인하고 이혼 수속 마쳐. 이거 완전 경사 아니야?” “심하윤 너랑 같이 있었어?” 도강우가 언짢은 말투로 물었지만 심유준은 그와 임다인이 성대한 결혼식을 치를 거란 생각에 전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다. 다만 공수호는 대표님의 감정 변화를 바로 캐치했다. 대표님은 항상 심하윤부터 신경 쓰시고 이번에도 예외는 없었다. 아무래도 심하윤이 뼛속까지 미운가 보다. 한편 심유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내가 감금했으니까 걱정 마. 더는 널 귀찮게 굴지 못할 거야.” “뭐라고?” 도강우의 말투가 더욱 싸늘해졌고 이번엔 심유준도 수상한 낌새를 알아챘다. 그는 표정이 확 어두워지더니 시큰둥하게 물었다. “강우 너 설마 하윤이랑 이혼하기 싫은 건 아니지?” 도강우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지만 두 눈에서 내뿜는 살벌한 기운에 등골이 오싹했다. 남들이 그와 심하윤의 일을 간섭하는 게 아주 껄끄러웠나 보다. 심유준은 양손으로 책상을 짚고 불만 조로 쏘아붙였다. “심하윤 그년이랑 무조건 이혼해!” “그건 아마 힘들 것 같아.” 도강우가 단호하게 거절하며 심하윤의 임신진단서를 꺼냈다. 심유준은 의아한 눈빛으로 서류를 보더니 두 눈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얘도 임신이야?” 도강우는 아주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나도 하윤이랑 살기 싫지만 이미 내 아이를 가졌어. 내 새끼 사생아로 만들 순 없으니 아이 다 낳거든 이혼할 거야.” “안돼!” 심유준이 또다시 거부했다. “잠깐만, 지금 머리가 복잡해서 정리 좀 할게.” 그는 꼭 마치 또 다른 고민거리가 있는 것처럼 머리를 긁적거렸다. 이때 도강우가 비서더러 나가보라고 곁눈질했다. 공수호가 나간 뒤 그는 차 한 잔 따라서 심유준에게 건넸다. “어찌 됐든 하윤이 심씨 일가 사람이잖아. 너도 이런 일로 심씨 일가가 놀림당하는 건 싫겠지?” “그럼 다인이는 어떡해?” 심유준이 물었다. 그제야 임다인이 왜 아이를 지우려고 하는지 이해가 됐다. 하지만 대체 왜? 심유준은 원망스러운 눈길로 도강우를 쳐다봤다. “하윤이 애만 책임지고 다인이는? 걔도 네 아이를 가졌단 말이야!” “다인이가 임신했어?” 도강우는 놀란 기색이 역력하더니 금세 차가운 눈빛으로 돌아왔다. “그게 나랑 뭔 상관인데?” “야, 도강우!” 심유준은 너무 화나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 “다인이도 네 아이 가졌는데 하윤이 애만 사생아 될까 봐 걱정하고 다인이는 나 몰라라 하는 거야 지금?” 그는 책상을 내리치며 이를 박박 갈았다. 한편 도강우는 실의에 빠져있다가 심유준의 진지한 모습에 피식 웃었다. “다인이 애가 나랑 무슨 상관이냐고?” 이어서 진심 어린 축복까지 전했다. “다인이도 좋아하는 사람 생겼네. 축하해...” “축하는 개뿔!” 심유준이 버럭 고함을 지르더니 그의 멱살을 잡고 죽일 듯이 노려봤다. “하윤이랑 이혼하고 다인이랑 결혼해. 다인의 배 속의 아이 책임져야지.” 그제야 그도 심유준의 말뜻을 이해했다. 멱살을 잡은 심유준의 손을 바라보다가 분노에 찬 그의 눈동자를 마주했다.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나랑 다인이 아무 사이 아니야. 그 아이 내 아이 아니라고.” “개소리 치지 마.” 심유준이 욕설까지 퍼부었다. 전혀 안 믿어주고 분노한 모습에 도강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들썩거렸다. “다인이랑 잔 적 없어. 우린 그냥 친구야. 못 믿겠으면 직접 물어보든가. 네가 오해한 거라니까.” 도강우의 표정을 보면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 게다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 도강우가 무책임한 찌질남은 아니란 걸 누구보다 잘 안다. 책임감이 있었으니 심하윤의 계략에 넘어가서 결혼까지 해버린 거겠지. 심유준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또다시 강하게 밀어붙였다. “하윤이도 사인했으니까 너도 얼른 사인해. 그래야 하루빨리 다인이랑 함께할 거 아니야.” 말을 마친 그는 사무실 문을 박차고 나갔다. 도강우는 책상에 놓인 서류 봉투를 열어보지도 않고 그대로 파쇄기에 넣어서 산산조각을 내버렸다. 병원. 심유준이 병실에 들어왔을 때 임다인은 한창 어두운 안색으로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 곧이어 심유준을 보더니 허겁지겁 전화를 끊었다. 아까 얼핏 듣기로 그녀가 누군가에게 돈을 보내준다고 했는데... 심유준은 의아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봤다. “다인아, 누구랑 통화했어?” “아냐, 아무것도.” 임다인이 억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는 임다인을 안쓰럽게 쳐다보면서 얼굴을 쓰다듬었다. “안색이 안 좋아. 어디 불편해?” “아니, 괜찮아.” 그녀가 뒤로 물러서며 심유준의 손을 피했다. 텅 빈 손으로 돌아온 심유준을 보더니 그녀의 눈가에 불쾌한 기색이 스쳤지만 금세 다정하게 웃었다. “오빠가 여긴 웬일이야? 강우 찾으러 간 거 아니었어?” 문득 심유준은 도강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녀의 배를 내려다보고 있자니 차마 그 말이 입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임다인도 수상한 낌새를 바로 눈치채고 바짝 긴장했다. “오빠 설마 강우한테 나 임신했다고 바로 말한 거야?” 그녀가 먼저 말을 꺼내니 심유준도 부담 없이 되물었다. “다인아, 강우가 왜 이 아이 자기 애가 아니라고 거부하는 거지?” “그게...” “그리고 너 강우랑 하윤이 아무 감정 없다고 했잖아? 근데 하윤이가 왜 임신을 해?” 임다인의 안색이 확 돌변했다. 그녀는 험상궂은 얼굴로 심유준을 쳐다봤다. “뭐라고? 심하윤이 임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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