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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야, 임다인!” 심하윤은 두 눈이 빨갛게 충혈됐다. 이렇게까지 양보했는데 임다인은 대체 왜? 왜 그녀가 가장 아끼는 엄마까지 저격하는 걸까? 한편 임다인은 겁먹긴커녕 깔깔대며 웃었다. “언니 화났어? 그렇지만 내가 한 말도 팩트잖아. 아빠랑 오빠들 다 언니가 아줌마 죽였다고 여기는데? 난 그저...” 그녀가 입꼬리를 씩 올리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날렸다. 심하윤은 불현듯 등골이 오싹했다. 사악한 미소를 짓는 그녀가 실로 껄끄러울 따름이었다. 임다인은 심하윤의 부모님께 후원을 받은 학생인데 왜 그녀의 엄마가 일찍 죽길 바란 걸까? 문득 뭔가 생각난 듯 심하윤이 몸을 파르르 떨었다. “너 우리 엄마 죽음과 관련 있지?” 다만 그녀가 곧장 스스로 부인했다. “아니야. 그땐 네가 너무 어렸어.” 세상을 살다 보면 태어날 때부터 뼛속까지 글러 먹은 인간들이 있다. 심하윤이 스스로 부정하며 골머리를 앓을 때 임다인은 더욱 거들먹거리면서 웃어댔다. 그 웃음소리에 심하윤이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차분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봤다. “여긴 왜 왔어? 강우가 안 만나줘?” 순간 임다인의 얼굴에 띤 미소가 싹 사라졌다. 아무래도 심하윤의 추측이 맞아떨어진 듯싶었다. 그녀는 남은 설계도를 정리하고 문 쪽을 살펴봤다. 문밖에서 몰래 엿듣던 집사는 그녀와 눈이 마주치더니 화들짝 놀라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이에 심하윤이 웃으면서 말했다. “엄청 찔렸나 본데? 부정한 방법으로 제 것이 아닌 걸 손에 넣었으니 불안해서 제대로 쥐고 있을 자신이 없는 건가?” “닥쳐!” 임다인은 순간 표정이 돌변했다. 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고 경고장을 날렸다. “우리 사이 이간질할 생각 마. 지금은 너야말로 버림받은 일인이야.” 이에 심하윤이 아무렇지 않은 듯 어깨를 들썩였다. “난 전혀 신경 안 써.” 그녀의 차분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임다인은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다만 이런 모습은 심하윤에게 그저 우스울 따름이었다. 전에는 그녀도 임다인을 질투했었다. 자신이 원하는 걸 너무 쉽게 얻어가고 뺏어갔으니까. 하지만 이제 모든 걸 내려놓았더니 임다인도 가슴 찔린다는 걸 알게 됐다. 그녀는 임다인에게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갔다. 이에 임다인이 바짝 긴장하며 물었다. “왜 이래?” 고개를 숙이고 임다인의 배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차분하게 경고장을 날렸다. “나 귀찮게 굴지 마라. 안 그러면 나도 복수하는 수가 있어. 어차피 죽을 운명이잖아. 안 그래?” 임다인은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안돼! 이렇게 심하윤한테 당하면 안 돼!’ 그녀는 문득 뭔가 생각난 듯 입꼬리를 씩 올렸다. “내가 불안해한다고 누가 그래? 너 실종된 이 며칠 동안 강우 한 번이라도 찾아왔어? 걔가 너 실종에 대해서 어떻게 말하는지 한번 들어볼래?” 도강우를 언급하자 심하윤은 또다시 가슴을 쿡쿡 찌르듯 아팠다. 그 고통을 바로 캐치한 임다인이 마침내 활짝 웃었다.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도강우에게 연락했다. 심하윤의 전화는 좀처럼 받지 않더니 이번엔 곧장 연결됐다. “그래, 다인아.” 이 남자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으며 심하윤의 눈동자가 한없이 짙어졌다. 그녀는 책상 모서리를 꽉 잡고 있었고 임다인은 의기양양한 눈빛으로 그녀를 흘겨봤다. “하윤 언니 실종됐다고 들었는데 이제 찾았어?” 곧이어 도강우의 목소리가 차갑게 돌변했다. “실종되면 되라지 뭐. 찾을 필요 없어.” “그래도... 언니 아직 네 와이프잖아. 좀 더 찾아보는 건 어때?” “필요 없어.” 도강우가 또다시 거절했다. 임다인은 아주 흡족한 듯 미소를 지었고 심하윤은 사색이 되어 실소를 터트렸다. “나 지금 피에로 구경하는 중이라 먼저 끊을게.” 전화를 끊은 후 임다인은 거들먹거리면서 눈썹을 치켰다. “어때? 강우 마음속엔 나뿐이라니까. 네가 여기서 죽는 한이 있어도 강우는 거들떠보지 않을 거야.” 심하윤은 눈을 질끈 감고 숨을 고르며 겨우 마음을 진정시켰다. 위의 통증에 슬퍼할 겨를도 없이 재빨리 감정을 추슬렀다. 한편 임다인은 그녀를 날카롭게 째려보다가 씩씩거리며 자리를 떠났다.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자 심하윤은 마침내 기운이 쫙 빠져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방금 도강우가 했던 말이 미친 듯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녀가 실종되었는데 찾을 생각이 아예 없었다니. 도씨 일가의 체면을 위해서라도 찾는 척 시늉을 해야 하는 거 아닐까? 이제 그녀가 이 지경으로 싫어진 걸까? 한편 임다인은 아래층에 내려와서 집사에게 귓속말을 해댔다. 집사는 또다시 난감한 표정을 지었고 이때 그녀가 카드 한 장을 쥐여줬다. “어떻게 할지 잘 알 거라 믿어요. 아빠가 직접 찾아오셔서 혼내는 건 집사님도 원치 않으시겠죠?” 심도운을 언급한 순간 집사의 표정이 돌변했다. 그날, 별장에서 심하윤은 모든 설계도를 저장하고 업데이트한 후 갑자기 위가 격렬하게 아팠다. 고통이 점점 심해지고 그녀는 마침내 책상 위의 물건을 모조리 바닥에 떨어트리며 무기력하게 쓰러졌다. ‘너무 아파!’ 요즘 간헐적으로 위가 아프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아파본 적은 없다. 곧 죽을 것처럼 아프고 방안에 피비린내가 감돌았다. 축축이 젖은 곳을 만져보았더니 피로 흥건했다. 아니나 다를까 바짓가랑이가 피로 빨갛게 물들었다. “으앗!” 문득 문 앞에서 가정부의 비명이 들려왔다. 그녀는 피 묻은 손을 겨우 내밀고 말했다. “살려줘요...” 가정부는 허겁지겁 달려와 피를 흘리는 그녀를 바라보며 어쩔 바를 몰랐다. “하윤 씨, 왜 이래요?” 심하윤은 그녀의 손목을 꼭 잡고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구급차 불러줘요.” 다만 가정부는 눈시울만 붉힌 채 머리를 내저었다. “전에 도련님께서 절대 허락 없이 외부와 연락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심하윤은 머리가 아찔거렸다. 심유준은 지금 그녀가 외부의 힘을 빌려서 도망칠까 봐 미리 방어하고 있었다. ‘참나, 웃기지도 않아. 이 꼴로 내가 어딜 도망쳐?’ 그녀는 곧장 정신을 차리고 고통을 참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유준 오빠한테 연락해요.” 가정부도 정신을 차리고 부랴부랴 심유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이어 전화기 너머로 짜증 섞인 심유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뭔데요?” 가정부는 심하윤을 쳐다보며 말했다. “도련님, 하윤 씨가 피를 너무 많이 흘려요. 얼른 구급차 불러주세요.” “거기 기다리고 있어요.” 심유준이 성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한 시간 후. 그는 임다인과 함께 별장에 나타났다. 차가운 시선으로 가정부를 흘겨보다가 배를 움켜쥐고 고통을 참는 심하윤을 보더니 싸늘한 말투로 쏘아붙였다. “연기 제법이네?” ‘연기?’ 심하윤은 고개를 들고 혐오에 찬 그의 눈빛을 보며 피식 웃었다. 마음속에서 차오르는 고통은 몸의 통증을 뛰어넘어 이제 사지가 뻣뻣해질 지경이었다. 별안간 심유준이 고개를 홱 돌렸다.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이 인간은 심하윤을 챙겨주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오빠, 내가 여기 남아서 하윤 언니 돌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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