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6화
심하윤은 창밖을 바라보다가 느긋하게 하품을 내뱉었다.
“지금 가면 몇 시간씩이나 기다려야 해. 해 뜰 무렵에 출발하자.”
지금 돌아가서 잠깐 눈을 붙이면 시간은 금세 지나갈 테고 그때 가서 도강우에게 늦잠을 잤다고 핑계를 대면 하루쯤은 무난히 넘길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교활한 표정을 본 도강우의 눈가에 애정 어린 미소가 스쳤다.
그는 장난스럽게 그녀의 이마를 톡 튕기며 말했다.
“하지만 우리한테 남은 시간은 하루뿐이야. 나는 너랑 계속 같이 있고 싶어. 지금 출발하고 차 안에서 자면 되잖아.”
심하윤은 말문이 막혔다.
그 제안은 썩 달갑지 않았다.
아직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는데 도강우의 목소리가 먼저 울적하게 흘러나왔다.
“하윤아, 설마 방금 말은 그냥 해본 소리였어?”
“당연히 아니지!”
속마음을 들킬까 두려워진 심하윤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미 늦었어. 해돋이 보려면 서둘러야 해.”
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 나갔다.
도망치듯 빠르게 걷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도강우는 미소를 머금고 그 뒤를 따라나섰다.
그는 곧장 심하윤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가자.”
순간, 심하윤의 어깨가 굳어졌다.
그녀가 손을 뿌리치려던 찰나, 도강우의 낮은 목소리가 다시 속삭이듯 들려왔다.
“하윤아, 오늘 하루만큼은 넌 내 사람이야. 그러니까 거부하지 마. 응?”
결국 심하윤은 그의 손을 뿌리치지 못했다.
하지만 괜찮았다. 어차피 오늘이 지나면 도강우와 다시 마주할 일은 없을 테니까.
두 사람이 마당을 지나 복도를 걷고 있을 때, 마침 우광훈과의 대화를 마치고 돌아오던 성시완과 마주쳤다.
도강우가 그녀의 손을 꼭 쥐고 있는 모습을 본 성시완은 이마를 찌푸렸다.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도강우는 아무렇지 않게 심하윤의 허리를 감싸안으며 성시완을 향해 도발적인 미소를 지었다.
“하윤이랑 해돋이 보러 가는 길이에요. 오늘은 성시완 씨가 수고 좀 해줘요. 할아버지 쪽은 부탁할게요.”
그 말에 성시완의 얼굴이 순간 새하얗게 질렸다.
“하윤아...”
가슴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