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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바야흐로 한 시간 전, 심하윤의 둘째 오빠 심유준은 헛구역질하는 임다인을 보더니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다만 그녀가 줄곧 우물쭈물하면서 무언가 숨기려 하자 심유준은 더욱 확신하며 따져 물었고 마침내 임다인도 임신 사실을 고백했다. 가장 사랑하는 여동생의 임신 소식에 심유준은 한참 넋 놓고 있다가 눈시울이 붉어졌다. “누구 애야? 누가 감히 내 동생 괴롭혔어?” 혹여나 동생이 나쁜 놈들에게 당했을까 봐 심유준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임다인의 머리를 스쳐지나 벽에 주먹을 내리꽂았다. 이어서 심호흡하면서 겨우 마음을 진정시킨 후 임다인에게 말했다. “다인아, 네가 아직 어려서 멋도 모르고 어느 개자식한테 나쁜 짓을 당한 것 같은데, 말만 해! 오빠가 가서 복수해줄게.” 임다인은 입술을 꼭 깨물고 좀처럼 말을 떼지 못했다. 이에 심유준은 속절없이 한숨만 내쉬었다. 그는 임다인의 턱을 살짝 들고 부드럽게 말했다. “다인아, 나 봐봐. 오빠한테는 솔직하게 말해도 돼. 어떤 자식인지는 알아야 하잖아.” 심유준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싸늘한 눈빛으로 돌변했다. “혹시 그놈이 말하지 말래?” 그의 미세한 변화를 느꼈든지 아니면 아픈 곳을 건드렸는지 임다인이 눈시울을 붉히더니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미안해 오빠, 이 아이 지울게!” 그녀는 눈물이 글썽한 채로 심유준을 쳐다봤다. 갑자기 울다니? 심유준은 당황스러워서 일단 눈물을 닦아주고 품에 안은 채 등을 토닥여주었다. “오빠 화낸 거 아니야. 이 아이 도강우 애 맞지?” 임다인이 몸을 움찔거렸다. 곧장 눈치챈 심유준은 자신의 추측을 거의 확신하는 듯싶었다. 그는 임다인의 볼을 어루만지며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너랑 강우 아이라면 도강우도 분명 기대가 클 거야. 오빠만 믿어. 우리 다인이 반드시 도강우랑 결혼시켜줄게!” 말을 마친 심유준은 부랴부랴 화장실을 나섰다. 그는 거실에 돌아와 심하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좀처럼 받지를 않았다. 심유준은 짜증 섞인 표정으로 투덜댔다. “이년이 감히 내 전화를 씹어?” 곧이어 도강우에게 전화를 걸려고 하는데 임다인이 재빨리 휴대폰을 낚아챘다. 그는 의아한 눈길로 임다인을 쳐다봤다. “왜 그래 다인아? 강우한테도 알려야지.” 임다인이 고개를 내저었다. “오빠, 이건 어디까지나 내 잘못이잖아. 하윤 언니 화나게 하고 싶지 않아. 있어서는 안 될 아이였어. 그냥 지울게.” “그건 안 돼!” 심유준이 단호하게 거절했다. 다만 그녀의 고통스러운 표정을 보고 있자니 또다시 마음이 약해져서 꼭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랑 강우는 진심으로 사랑하잖아. 심하윤 그년이 꼼수를 부려서 강우 뺏어가지만 않았어도 두 사람 진작 결혼했어. 난 그저 모든 걸 제자리로 돌려놓을 뿐이야.” 게다가 애초에 심하윤 잘못인데 언니로서 동생 임다인에게 양보하는 게 당연한 일 아닌가? 하지만 심유준은 정작 심하윤과 임다인이 몇 개월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는 걸 까마득히 잊었다. 그가 심하윤을 향한 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자 임다인은 사악한 미소를 날리다가 갑자기 배를 움켜쥐고 괴로운 표정으로 변했다. 이에 심유준도 당황해서 얼른 기사를 불러 병원에 실어갔다. 참 불행하게도 두 사람이 막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의사가 간호사에게 심하윤을 각별히 신경 쓰라고 당부하고 있었다. 심유준은 기사를 시켜서 그녀의 병실을 재차 확인한 후 바로 지금 이 상황에 이르렀다. 심하윤은 고통을 참으며 이혼합의서를 쳐다보다가 경멸의 미소를 날렸다. “2억?” 심유준이 심드렁한 눈빛으로 쏘아붙였다. “2억이면 너한텐 장땡이야! 눈치가 있으면 얼른 사인해! 언제까지 강우 아내 자리를 차지할 건데?” 그녀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이 상황을 비웃고 싶지만 위가 너무 아파서 웃을 힘조차 안 났다. 그저 침대 시트를 꽉 잡고 이를 악문 채 고통을 참을 뿐이었다. 이 모습을 본 심유준은 그녀가 거부하는 줄 알고 피식 웃어댔다. “말했지, 네 것이 아닌 건 조만간 돌려줘야 한다고.” 심하윤은 머리를 들고 가볍게 웃다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에 심유준이 질색하며 뒤로 물러섰다. “왜 이래? 너한테 줄 돈 없어.” 그녀는 한심해서 두 눈을 희번덕거렸다. ‘내 동작이 좀 껄끄럽긴 했네.’ “이봐요, 심유준 씨! 펜을 줘야 사인을 할 거 아니야!” 심유준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진짜 하게?”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 말이 맞아. 내 것이 아닌 건 조만간 돌려줘야지. 그러니까 얼른 펜 좀 줘봐.” 심씨 일가든 도강우든 그녀는 전부 내려놓고 싶었다. 심유준은 잠시 고민하다가 그녀에게 펜을 건넸다. “양심은 있네.” 심하윤은 재빨리 이혼합의서에 사인하고 서류 채로 그에게 내던졌다. “재촉할 바엔 이혼 빨리 진행시켜. 강우가 사인을 안 해서 나도 엄청 괴로웠거든.” 심유준이 실소를 터트렸다. “입만 살아서, 쯧쯧! 강우가 너 사인한 줄 알면 기뻐서 불꽃놀이를 해도 모자랄 핀인데 뭘.” 그는 이혼합의서를 챙기고 매정하게 떠나갔다. 심하윤은 그제야 숨을 깊게 들이쉬고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내려왔다. 이제 사인까지 했으니 심씨 일가와도 더는 엮이고 싶지 않았다. 지금 떠나는 게 최상의 선택일 듯싶었다.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고 병실을 나서려던 참인데 문이 다시 열리고 심유준이 돌아왔다. “또 뭐?” 심하윤이 짜증 내며 쏘아붙이자 그도 살짝 당황스러웠다. 전에 단 한 번도 이런 식으로 말한 적이 없으니까. 심유준을 볼 때마다 그녀는 항상 신나게 웃어줬는데 지금은 왜... 심유준은 재빨리 머리를 굴리더니 정색하며 말했다. “지금 당장 나랑 가야겠다.” “뭐?” 그녀는 뒷걸음질 치면서 어이없다는 듯 심유준을 째려봤다. ‘아까는 분명 얘가 정신이 나간 거겠지.’ 심유준은 제멋대로 생각하며 그녀의 손목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 그는 엘리베이터에 오른 후에야 비열한 미소를 날리며 심하윤에게 말했다. “내 앞에서 착한 척하고 흔쾌히 이혼합의서에 사인까지 해놓고 또 금세 번복하려고 그러지?” “...” 심하윤은 말문이 턱 막혔다. 이제 모든 걸 내려놓겠다는데 이 인간들은 대체 왜 항상 추악한 몰골로 그녀를 판단하는 걸까? 그녀는 마음이 씁쓸해져서 피식 웃었다. 이어서 고개를 들고 심유준을 쳐다봤다. “그래서 어쩔 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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