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화

심하윤은 멍한 표정으로 도강우를 바라봤다. 도강우가 이토록 마음이 좁은 사람일 줄은 몰랐다. 하지만 만약 그가 정말로 성시완을 고소하려 든다면 성시완은 분명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오랜 망설임 끝에 그녀는 결국 나서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는 아무 감정도 남아 있지 않은 얼굴로 도강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여긴 왜 온 거야?” 심하윤이 결국 타협했다는 걸 알아챈 도강우는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이리 와.”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며 천천히 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두 걸음 채 내딛기도 전에 성시완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그는 도강우를 짧게 흘깃 본 뒤, 조용히 말했다. “걱정할 거 없어. 연구실 일이 아니어도 할 수 있는 건 많아.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돼.” “시완아.” 심하윤이 그를 조용히 막아섰다. “너랑 손 선생님은 사람들을 위해 좋은 약을 더 많이 연구해야 해.”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도강우는 앞으로 다가와 그녀의 허리를 거칠게 끌어안았다. 그는 고개를 들고 성시완을 도발하듯 말했다. “성 선생, 제 아내 말이 맞습니다. 의사는 본분에 충실하면 돼요. 딴 일에 간섭 마세요.” 그렇게 말하고는 심하윤을 품에 안은 채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심하윤은 불안한 마음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시선에 도강우는 눈빛을 바꾸며 차가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또 돌아보면 성시완의 가족부터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 말에 심하윤은 그대로 굳어서 눈가가 붉어졌다. “도강우, 만약 시완이를 건드렸다간 나도 임다인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 임다인의 이름이 다시 등장하자 도강우는 그녀의 허리를 더욱 강하게 움켜쥐었다. 통증이 밀려들었고 심하윤은 얼굴을 찡그렸다가 곧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아마 지금 그는 자신의 마음을 산산이 부숴버리고 싶을 것이다. 심하윤은 말투를 바꾸어 담담하게 말했다. “서로 이렇게까지 싫어하는데 왜 계속 연극해야 해? 네가 만약...” “서로 싫어한다고?” 도강우는 비웃으며 말을 잘랐다. “앞으로 수십 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벌써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