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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집사는 진심으로, 20여 년 남매로 지내 온 정을 생각해 지연우가 지승호를 용서해 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지연우는 미동도 없이 집사를 바라보며 장난하냐는 표정을 지었다. 집사가 더 하려던 말은 결국 목에 걸려 나오지 못했고,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쉰 뒤 말없이 물러났다. 지연우는 집사의 말을 떠올리며 속으로 비웃음을 삼켰다. ‘지승호가 억울하다고?’ 억울하기로 따지면 자신이 훨씬 더 억울했다. 어릴 적부터 그녀는 가족과 오빠의 끝없는 사랑을 받으며 순탄히 자랐다. 그런데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도 오빠는 사랑을 다른 여자에게 돌렸다. 그 여자를 위해 여러 번 그녀에게 상처 입혔고, 심지어 그녀를 나쁜 마음을 품은 악녀로 몰았다. 급기야 그 여자를 위해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지경에 이렀다. 그리고 자신이 죽자 그는 눈물로 후회와 결백만 토해 냈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잘못을 인정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사람들은 죄를 강유림에게만 돌렸고, 지승호는 속은 피해자라며 두둔 받았다. 대체 왜 그래야 하나? 사형집행인이 사람을 죽이고도 벌을 받지 않는 건 불공평하다. 세상 누구도 지승호를 벌할 수 없다는 걸 잘 아는 지연우는 직접 칼을 들기로 했다. 이날 밤 비는 굵지 않았지만 분위기가 유난히 싸늘했다. 썰렁한 거리에 가녀린 여자가 우산을 들고 천천히 병원으로 향했다. 지연우의 머릿속에서 시스템이 계속 물었다. “천천히 복수한다더니 왜 이렇게 서둘러?” 지연우는 쓰게 웃으며 차가운 눈빛을 흘렸다. “우리는 20년 넘게 남매였어. 내가 대체품 모습으로 나타나면 울면서 껴안고 잘못했다고 빌 줄 알았지. 하지만 지승호는 보상 이야기만 했을 뿐이야. 기회를 그렇게 많이 줬는데도 안 변했어. 더는 시간 낭비 못 해. 법으로 벌받게 할 거야.” “증거는 이미 있으니 그냥 제출하면 되잖아. 왜 직접 찾아가?” 시스템이 다그쳤다. 병원 복도 앞, 지연우는 우산을 접어 물기를 털어 냈다. 그다음에야 천천히 대답했다. “나한테 상처 낸 건 강유림이지만, 칼을 든 건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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