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3화

지연우가 지씨 가문 별장 대문에 도착했을 때, 강유림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강유림은 지연우가 가장 아꼈던 연한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예전 지연우의 트레이드마크였던 발레 번 헤어스타일까지 흉내 내고 있었다. “연우 언니!” 강유림이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대회 준비로 너무 바빠서 이제야 찾아왔어요. 늦어서 정말 미안해요.” 지승호와 하정현의 눈이 즉시 반짝였다. “대회 결과는 어땠어?” 지승호가 물었다. “그러게, 궁금하네.” 하정현도 트로피를 기대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강유림은 거실로 들어가 황금빛 트로피를 높이 들어 보였다. “1등이에요! 심사위원들이 제 무대가 완벽했다고 했어요!” 지연우는 본래 자신 몫이었어야 할 그 트로피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왼쪽 다리에 번지는 통증이 그녀를 짓눌렀고, 마지막 무대 위에서 막 날아오르려던 백조 같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지금 그녀는 친오빠와 약혼자가 준 선물 덕분에 일어서기조차 사치가 되었다. 세 사람은 트로피를 사이에 두고 떠들썩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휠체어에 앉은 지연우는 완전히 잊힌 존재였다. 지연우는 스스로 휠체어를 돌려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강유림이 급히 따라붙어 팔걸이를 잡았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언니.”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3층 복도로 들어서자, 강유림이 슬쩍 귀에 대고 속삭였다. “언니, 정말 더러워요. 아직도 소변 주머니 달고 있어요? 정현 오빠가 나중에 언니를 만지려고 할 때도 오줌 냄새부터 날 거예요.” 지연우의 얼굴이 순간 새하얗게 질렸다. “언니, 안 돼요!” 그녀가 말 한마디 꺼내기도 전에 강유림이 먼저 비명을 지르며 날개 꺾인 나비처럼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유림아!” “뭐야?!” 지승호와 하정현이 달려왔을 때, 강유림은 바닥에 웅크려 흐느끼고 있었다. “승호 오빠, 정현 오빠... 언니를 탓하지 마세요. 언니가 너무 힘들어서 그랬을 거예요... 왜 자기 다리는 부러졌는데, 저는 아직 춤출 수 있냐고 하셨어요...” “지연우! 너 미쳤어?” 지승호가 휠체어 손잡이를 거칠게 움켜잡자 금속이 끽끽거렸다. “무용수한테 다리가 어떤 의미인지 알기나 해!” 지연우는 고개를 들어 친오빠를 바라보다가 입가에 비웃음을 띠었다. “오빠도 다리의 소중함은 아네.” 그녀는 감각 없는 다리를 쓰다듬으며 낮게 속삭였다. “그런데 왜 내 다리를 부쉈을까?” 하정현은 옆에서 주먹을 꽉 쥐었다가 강유림의 부은 발목을 보고 입을 닫았다. “유림이한테 당장 사과해.” 지승호의 목소리가 얼음처럼 차가웠다. 지연우는 등을 곧게 세웠다. 무대에서 수백 번 했던 동작 그대로였다. “내가 왜 사과해? 자기절로 굴러떨어진 거잖아.” 정적이 내려앉았다. 강유림이 흐느끼며 다가왔다. “그만하세요, 승호 오빠... 언니가 속상해서 그런 거예요. 저는 다 이해해요...” “유림아, 너는 너무 착해서 문제야.” 지승호가 그녀를 부드럽게 부축했다. 지연우는 휠체어를 돌려 대리석 바닥을 긁으며 그 자리를 떠났다. 이 연극과 강유림의 눈에 번뜩이는 우쭐함을 더는 보고 싶지 않았다. 밤이 깊었다. 지연우는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창밖의 창백한 달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문이 살짝 열리고, 하정현이 따뜻한 우유를 들고 들어왔다. “연우야, 우유 좀 마셔. 그러면 금방 잠들 거야.” 그가 컵을 협탁 위에 놓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다 마셔야 해.” 문이 닫히자마자 지연우의 눈빛이 얼음처럼 식었다. 그녀는 우유를 들어 화분 속 흙 위에 그대로 부었다. 자정 무렵, 사각거리는 기척에 그녀가 가벼운 잠에서 깼다. 눈을 가늘게 뜨니 검은 그림자가 침대 옆에 서 있었다. “연우야.” 하정현의 목소리는 바람 한 줄기만큼 낮았다. 지연우는 숨을 죽이고 몸을 굳혔다. 그녀가 반응이 없는 것을 확인하자, 사나운 손이 그녀를 잡아끌며 거칠게 마대를 씌웠다. “읍!” 본능적으로 버둥댔지만, 곧바로 바닥에 내던져졌다. 척추가 차가운 바닥에 부딪히며 터진 통증에 눈앞이 새까매졌지만, 그녀는 신음을 삼켰다. “지승호, 이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하정현의 목소리가 떨렸다. “연우 다리도 이런데, 수면제까지 먹여 묶어 오라니... 이렇게 해서라도 유림이 편을 들려고?” “마음 약해졌어?” 지승호의 냉소가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지연우가 유림이를 밀칠 때는 안 그랬잖아. 어차피 다리 감각도 없는데, 몇 대 맞으면 정신 차리겠지.” 거친 마대가 살결을 할퀴었다. 지연우는 손아귀가 파랗게 될 만큼 주먹을 쥐었다. 다리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지만 심장은 산 채로 갈라지는 듯했다. “시작해.” 지승호의 명령이 내렸다. 첫 몽둥이가 내려올 때, 그녀는 다리뼈에서 둔탁한 파열음을 들었다. 두 번째, 세 번째... 지연우는 낡은 인형처럼 여기저기 굴려지며 매질을 당했다. “으...!” 끝내 참지 못한 신음이 갈라진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퍽, 퍽! 몽둥이질이 멎었다. “누구야?!” 지승호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치솟았다. 이어 누군가 떨리는 손으로 마대 끝자락을 붙잡아 천천히 들어 올렸다.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