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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너 미쳤어?” 하정현의 목소리가 떨렸다. “연우는 이미 장애인이야. 그렇게 예쁜 걸 좋아하던 애 다리를 절단하자고? 그건 죽으라는 거야!” “하정현, 네가 지연우 좋아하는 거 알아. 그렇지만 잊지 마. 5년 전 화재 때 우리를 구해 낸 사람이 누구였는지. 유림이가 목숨 걸고 들어오지 않았으면 나도 너도 벌써 죽었어!” 허물 더미 아래에서 지연우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그 불길 속에서 두 사람을 끌어낸 건 분명히 지연우 자신이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강유림으로 착각했다. ‘그래서... 그토록 강유림을 편애한 걸까?’ 격렬한 실랑이 끝에 두 사람은 결론을 내렸다. “유림이부터 구하자!” 암흑 속 지연우는 눈을 깜박이지도 않고 구조대의 빛이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강유림을 안고 황급히 떠나느라 허물 더미를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다. 여진이 닥치자 천장이 통째로 무너졌고, 지연우의 마지막 의식도 완전히 꺼졌다. 극심한 통증 속에서 눈을 떴을 때, 천장의 조명이 눈부셔 눈물이 났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다리를 더듬었다. 다행히 붙어 있었다. “30분만 늦었어도 다리 보존이 어려웠어요.” 간호사가 붕대를 갈며 말했다. “지연우 씨, 목숨도 참 질기네요.” 지연우는 새하얀 천장을 올려다보며 우는 얼굴보다 더 일그러진 웃음을 지었다. ‘목숨이 질기다고? 차라리 그 지진에서 죽었으면 좋았을걸.’ 문이 거칠게 열리며 지승호와 하정현이 숨 돌릴 틈도 없이 들이닥쳤다. 얼굴에는 걱정이라는 두 글자가 또렷했다. “연우야!” 지승호가 그녀의 손을 움켜잡았다. “현장이 너무 혼란스러워서 네가 안 보였어...” 하정현은 한쪽 무릎을 꿇고 깁스를 댄 다리를 살살 어루만졌다. “연우야, 미안해. 다음에는 절대 내 시야에서 벗어나게 안 할게.” 지연우는 천천히 손을 빼냈다. 눈동자는 죽은 호수처럼 텅 비었다. 이 어설픈 거짓말은 단어 하나조차 듣고 싶지 않았다. “연우야.” 하정현이 이상함을 느끼고 목소리가 떨렸다. “뭐라도 말해 줘, 응?” “...” 이틀, 사흘... 지연우는 정교한 목각 인형처럼 울지도 웃지도,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다급해진 지승호는 그녀를 강제로 전신 검사를 받게 했다. “생체 수치는 대체로 정상입니다.” 의사가 안경을 올리며 말했다. “저는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권합니다.” 진료실 문이 닫히자 지승호는 넥타이를 거칠게 잡아당겼다. “이 정도로 심한가? 정신과까지 갈 일은 아니잖아!” “지승호 씨.” 의사는 두꺼운 소견서를 내밀며 얼굴을 굳혔다. “환자는 중증 우울증에 자살 충동까지 동반하고 있습니다.” “뭐라고요?” 지승호는 벼락을 맞은 듯 굳었다. “이까짓 일로 우울증이라고요?” 하정현이 주먹으로 벽을 내리쳤다. 손등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 “이까짓 일? 연우를 장애인으로 만들고, 무용도 못 하게 하고, 평생 소변 주머니 달게 했어. 이게 이까짓 일이야? 멀쩡한 사람 하나를 우리가 이렇게 망가뜨렸다고!” 눈이 붉어진 하정현은 지승호의 옷깃을 움켜잡았다. “지승호, 연우는 내가 평생 지켜주겠다고 했던 애야! 너를 돕는 건 지난번이 마지막이었어. 강유림이 날 구해 준 은혜? 난 다 갚았어. 앞으로는 네 말대로 해서 연우를 다치게 하는 일 절대 없어!” “그 애는 내 친동생이야!” 지승호가 포효했다. “나라고 이러고 싶었겠어? 다 유림이를 위해서였잖아!” 그는 힘없이 손을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됐어, 어차피 유림이가 대회도 우승했고, 연우도 더는 유림이 앞길을 막지 못해. 지금부터 연우한테 잘해 주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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