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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그 뒤로 이어진 날들은 한 편의 엉터리 막장극 같았다. 지승호는 날마다 별별 선물을 다 들고 왔다. 한정판 인형부터 어린 시절 지연우가 좋아하던 딸기 케이크까지, 종류도 화려했다. 하정현은 그림자처럼 곁을 지켰다. 약 한 숟갈 먹일 때도 온도를 직접 재며 끝까지 살뜰했다. 두 사람은 부드럽게 미소 짓고, 마치 수년간 강유림만을 편애해 온 적도, 지연우에게 끔찍한 짓을 저지른 적도 없다는 듯 행동했다. 그러나 지연우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볼 뿐이었다. 형편없는 연기를 보는 관객처럼 말이다. 그녀의 마음은 진실을 알던 바로 그날 죽어 버렸다. 남은 건 단 하나, 다시 일어설 기회를 줄 Nova 연구소의 연락뿐이었다. 일주일 뒤, 지연우는 퇴원했다. 지승호와 하정현은 조상이라도 모시듯 그녀를 병원 밖까지 모셔 나왔다. 방까지 데려다 놓은 뒤, 하정현이 침대 곁에 무릎을 꿇었다. “연우야, 온갖 검사 하느라 진짜 힘들었지? 조금만 누워서 쉬어. 나랑 승호는 네가 어릴 때 제일 좋아하던 디저트 사 올게. 네가 눈 뜨면 바로 먹을 수 있도록.” 지연우는 여전히 아무 대답이 없었다. 하정현은 짧게 한숨 쉬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은 뒤 문을 닫고 나갔다. 문이 닫힌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손잡이가 돌아갔다. 이번에 들어온 것은 강유림이었다. “언니.” 그녀의 입가에 비뚤어진 웃음이 떠올랐다. 예전 달콤했던 얼굴은 온데간데없었다. “언니를 얕봤네요, 제가.” 지연우는 침대 머리에 기댄 채 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눈동자에는 파문 하나 없었다. “어릴 때부터 언니가 부러웠어요.” 강유림은 화장대 위 보석함 뚜껑을 열었다. “집안도 좋고, 얼굴도 예쁘고, 춤도 잘 추고, 심지어 우는 모습까지 나보다 예뻤죠.” 탁! 강유림은 보석 한 줌을 움켜쥐어 거울에 내던졌다. 유리 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왜 다 언니 거여야 해요?” “너는 내 장학금, 유학 기회, 심지어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던 대화 우승까지 빼앗았어.” 지연우가 낮고 건조한 목소리로 답했다. 강유림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몸을 숙여 지연우의 턱을 움켜잡았다. “그래도 승호 오빠랑 정현 오빠 마음속에는 아직도 언니가 남아 있잖아요!” 지연우가 눈길을 들었다. “그래서 날 죽일 거야?” “죽이면 재미없죠.” 강유림은 분홍색 매니큐어를 칠한 손끝으로 그녀 뺨을 툭툭 두드렸다. “살아 있는 게 더 고통스러우니까.” 손뼉을 치자, 다섯 명쯤 되는 불량배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강유림은 난데없이 자신 블라우스 단추를 뜯고 머리를 헝클어뜨리더니 복도로 뛰쳐나갔다. “살려 주세요! 오빠! 정현 오빠!” 첫째로 달려온 사람은 지승호였다. 그가 든 디저트 상자가 바닥에 떨어져 마구 굴러다녔다. 바로 뒤에서 하정현이 문을 밀치고 들어오다가 차 키를 떨어뜨렸다. 강유림은 두 사람에게 몸을 파고들며 울먹였다. “오빠, 언니 우울증 다 연기였어요. 오빠들이 나가자마자 저 불량배들 불러서 저를... 저도 언니처럼 만들겠다고 했어요...” 짝! 따귀 소리가 울렸다. 지연우의 왼쪽 볼이 돌아가며 입술 옆으로 피가 번졌다. 지승호의 얼굴은 분노로 물들어 있었다. “정신 나갔어? 어떻게 이놈들을 불러 유림이를 건드려?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고 있어!” 하정현의 실망 어린 눈빛이 따귀보다 더 깊이 파고들었다. “연우야, 정말이야? 너 왜 이렇게 변했어? 더 이상 네 모습을 알아볼 수가 없어.” 지연우는 피를 닦아 내며 천천히 고개를 들어 두 사람을 바라봤다. “이 방에는 CCTV가 있어. 사실이 뭔지 확인해 볼래?” 두 남자의 표정이 동시에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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