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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됐어요.” 강유림이 문득 입을 열었다. 그녀는 눈물을 훔치며 하정현의 품 안에서 고개를 들었다. 아직 울음이 남은 목소리였다. “오빠들이 제때 와 줘서 다행이에요. 저는 별로 다친 곳도 없어요.” 강유림은 두려운 눈길로 휠체어에 앉은 지연우를 슬쩍 바라보다가, 놀란 사슴처럼 다시 하정현의 품에 파고들었다. “그런데 오늘 정말 무서웠어요. 언니가 이런 일을 저질렀으니 조금은 벌을 줘야 하지 않을까요? 안 그러면 또 그러면 어떡해요...” 지승호의 미간이 깊게 주름 잡혔고, 하정현의 손가락은 무의식중에 지연우의 휠체어 팔걸이를 문질렀다. “저... 언니가 심해 공포증이 있다고 들었어요.” 강유림의 목소리는 점점 낮아졌지만 또렷했다. “마침 우리 집에 유람선이 있는데, 언니를 거기에 태워서 사흘 동안 바다 위에 두면 어떨까요?” “그건...” 하정현이 반사적으로 지연우를 바라보았다. “너무 심한 거...” 지승호가 말을 잇기도 전에 강유림의 눈에 눈물이 또 고였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 그녀는 흐느끼며 두 걸음 물러섰다. “오빠들 마음속에는 언제나 언니가 먼저예요! 제가 괜히 참견했네요!” “유림아!” 지승호가 그녀의 팔을 잡아 세웠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하정현을 눈길로 봤다. “사흘이면 되잖아. 별일 없을 거야, 그렇지?” 하정현은 지연우의 핏기 없는 얼굴을 바라보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유람선 갑판 위, 짠 내 어린 해풍이 옷자락을 스쳤다. 지승호는 직접 휠체어를 선실 안에 고정하고 담요까지 덮어 주었다. “사흘 뒤에 데리러 올게.” 그는 몸을 낮춰 시선을 맞추려 했지만, 지연우의 눈은 멀리 수평선에 고정돼 있었다. 하정현이 한쪽 무릎을 꿇고 그녀의 차가운 손을 감쌌다. “연우야, 얌전히 있어. 사흘만 지나면 바로 데리러 올게. 안쪽에 있으면 바다 안 보이니까 덜 무서울 거야. 솔직히 말해서 이건 가벼운 벌이야.” “날 데려오지 못할 거야.” 지연우가 처음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그날 날씨를 얘기하듯 담담했다. “강유림은 내가 이 배에서 살아 나가는 걸 원치 않아.” “헛소리하지 마!” 지승호가 벌컥 일어섰다. 하정현의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 “연우야, 그런 말 하지 마.” 두 남자가 믿지 않는 기색을 보이자 지연우는 아예 고개를 돌렸다. “믿든 말든 알아서 해.” 하정현의 표정이 굳어졌다. “가자.” 지승호가 그의 소매를 끌었다. “화 식히게 혼자 두는 것도 나쁘지 않지.” 두 사람이 배에서 내려갈 즈음, 지연우의 휴대폰이 미세하게 진동했다. 낯선 번호였다. 그녀는 조용히 수락 버튼을 눌렀다. “지연우 씨, 저희 도착했습니다.” 차분하고 믿음직스러운 목소리였다. “현재 좌표를 알려 주십시오.” 지연우는 유람선 위치를 낮은 목소리로 전했다. 전화를 끊은 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먼바다를 바라보았다. 하정현... 지승호... 다시 볼 일 없겠지. 멀지 않은 곳에서 두 남자는 강유림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선착장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 순간도 왠지 모를 불안이 마음속을 저며 두 사람은 눈길을 주고받았다. “저기...” 입을 떼려던 찰나... 쾅! 하늘을 가르는 굉음이 뒤편 바다에서 터졌다. 두 사람은 얼어붙은 채로 뒤돌아보았다. 저 멀리 드넓은 수면 중앙 지연우가 탄 유람선이 갑작스러운 폭발에 산산조각 났다. 거대한 폭압이 선체를 네 조각으로 날려 버렸고, 붉게 물든 파도와 깨진 잔해만이 허공에 흩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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