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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검사 결과가 썩 좋지 않았다. 그 사실이 강유진의 마음을 한껏 짓눌렀다. 이번 검사를 맡은 전문가를 하재호의 소개로 만나게 되었으니 강유진은 병원을 나서기 전 그에게 조심스레 부탁했다. “오늘 결과에 대해서는 다른 누구에게도 말씀하지 말아 주세요.” 온 선생님은 안경을 밀어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환자의 개인 정보를 지키는 건 당연히 의사의 기본이죠.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그 말을 남기고 강유진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병원을 나섰다. 밖은 흐리고 축축했다. 하늘빛이 마치 그녀의 마음을 그대로 베껴 놓은 듯했다. 하재호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기분이 어땠냐고 묻는다면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는 게 솔직한 대답이었다. 이제는 그가 오든 말든, 더 이상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 오래전에 모든 감정이 닳아 없어졌으니까. 그저 지킬 수 없는 약속이라면 차라리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 연휴가 끝나자마자 강유진은 다시 숨 쉴 틈 없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아침 일찍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주채은에게 말했다. “진한 블랙커피 한 잔만 타 줘. 정신 좀 차려야겠으니까.” “네.” 하지만 잠시 뒤 주채은이 가져온 건 커피가 아니라 따뜻한 생강차였다. “이게 뭐야?” 강유진이 눈썹을 찌푸렸다. 주채은이 대답했다. “언니 지금 생리 중이잖아요. 찬 커피보다는 따뜻한 생강차가 몸에 좋아요. 이걸 마시면 몸이 조금 편해질 거예요.” “내가 생리라는 걸 어떻게 알았어?” 강유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주채은이 대답했다. “딱 보면 알아요. 생리할 때마다 얼굴이 하얘지고 손으로 아랫배를 자꾸 누르시잖아요.” “이제 제법 눈치도 빠르고 잘 관찰하네.” 강유진은 피식 웃었다. 주채은은 예전부터 강유진이 직접 키운 후배였다. 능력도 있고 성격도 괜찮지만 한 가지 흠이라면 너무 덤벙댄다는 거였다. 프라임에 있을 때부터 그 버릇을 수없이 고쳐 줬는데 이제는 조금 달라진 모양이었다. 칭찬을 들은 주채은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당연하죠. 누가 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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