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7화
노윤서가 도착했을 때, 하재호는 가로등 불빛 아래 화단 옆에 앉아 있었다.
손끝에는 거의 다 타버린 담배 한 개비가 끼워져 있었다.
연기를 더 내뿜을 기력도 없이 그대로 멈춘 듯한 모습이었다.
밤바람이 불었다.
담배 끝에 남은 불씨가 흩어지며 뜨거운 재가 손등에 떨어졌다.
미세한 화상에 손이 떨렸지만 그는 그마저도 대수롭지 않게 흘려보냈다.
멀리 던져져 있던 시선을 거둔 하재호는 붉게 달아오른 손등을 잠시 바라보다 다시 담배를 입에 물었다.
감각이 사라진 얼굴로 무표정하게 두세 번 더 깊게 빨았다.
마지막 한 모금까지 태운 담배를 손가락으로 비벼 끈 그는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재호야.”
노윤서의 목소리가 고요한 밤을 갈랐다.
하재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얼굴에는 아무런 기색이 없었다.
늘 그렇듯, 모든 감정을 지운 듯한 차가운 표정이었다.
“왜 왔어.”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고 거칠었다.
너무 많은 담배와 술이 섞인 탁한 소리였다.
노윤서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용히 말했다.
“강유진 씨한테서 연락이 왔어. 네가 여기 있다고. 나보고 데려가 달래.”
하재호는 그 말을 듣고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
강유진.
정말이지, 완벽한 전 여자친구였다.
끊을 땐 칼같이 끊고 뒤돌아보는 일도 없었다.
그녀는 한번 끝낸 관계에는 미련조차 남기지 않는 사람이었다.
“가자.”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아무 설명도 덧붙이지 않았다.
노윤서의 머릿속에는 수십 개의 질문이 맴돌았다.
왜 강유진을 찾아간 건지,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왜 강유진이 자기에게 연락해 하재호를 데려가 달라고 했는지.
하지만 그 어떤 말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저 삼킨 채 묵묵히 하재호를 따라 걸었다.
“다음에는 그렇게 술 마시지 마. 알았지?”
노윤서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자 하재호는 짧게 대답했다.
“응.”
그는 차에 타자마자 눈을 감았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얼굴에는 냉기만이 남아 있었다.
노윤서가 핸들을 돌려 차를 돌릴 때, 도로 맞은편 노상 주차장에 익숙한 차 한 대가 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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