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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순간들은, 때로는 그 관계를 지탱해 주는 유일한 면죄부가 되곤 한다. 하지만 사랑을 배신한 사람에게는 그런 면죄부 따위 아무 소용이 없다. 강유진이 7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그 시간 속에 다른 누군가가 끼어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었다. 그 순간들 덕분에 이 관계가 아직 의미 있다고 믿을 수 있었다. 마지막 1년 동안 하재호가 점점 차가워지고, 심지어는 그녀를 무시하기 시작했을 때조차 그녀는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배신’만큼은 예외였다. 배신은 배신한 사람을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배신당한 사람의 마음을 죽이기 때문이다. 잠을 거의 이루지 못한 밤이었지만 강유진은 새벽 다섯 시 오십 분에 정확히 눈을 떴다. 손발이 이불 밖으로 나와 있어서였을까, 온몸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그래서 그런 꿈을 꿨던 거겠지. 이미 다 지나간 일인데도 떠올릴 때마다 가슴 한쪽이 여전히 저렸다. 사람은 문서가 아니다. 지우고 싶은 기억을 골라 없앨 수도, 간직하고 싶은 장면만 남길 수도 없다. 그저 시간에게 맡기는 수밖에. 그날 오전, 서동민이 직접 화영캐피탈로 차를 바꿔주러 왔다. 강유진은 괜히 미안해졌다. “나 때문에 여기까지 직접 와줬네요. 채은이를 오후에 보낼까 했는데요.” 서동민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 직접 온 거였다. 최근에는 서로 다른 프로젝트를 맡고 있어서 마주칠 일도 거의 없었다. 그녀가 워낙 바쁘다 보니 얼굴을 본 지도 꽤 오래였다. 이번 기회에 얼굴이라도 보자는 생각이었지만 서동민은 그런 말은 꺼내지 않았다. 대신 담담히 물었다. “프로젝트는 잘 돼가?” 강유진이 대답했다. “네,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어요. 다만 인력이 부족해서 다들 야근으로 버티는 중이에요.”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 “고마워요.” 서동민은 오래 머물지 않았다. 그녀가 바쁜 게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그의 존재가 오히려 방해처럼 느껴질까 봐 그는 먼저 나섰다. 화영캐피탈 건물을 막 나섰을 때, 서태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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