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4화

노윤서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재호는 우리 부모님 모시러 갔어.” 서태우와 민도영이 동시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몇 년째 함께 어울려온 사이였지만 하재호가 누군가에게 이렇게까지 신경 쓰는 건 처음 봤다. 노윤서의 부모님까지 직접 모시러 가다니. 노윤서에게는 정말 진심인 듯했다. “노 차장님도 오늘 오시는 거야?” 노윤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아빠는 늘 나를 응원해 주셨어. 이런 중요한 자리에 빠지실 리가 없지.” “부럽다. 내가 누나 절반만큼이라도 성실했으면 우리 아버지는 아마 행사장을 떠나실 생각을 하지 않을걸?” 서태우가 농담처럼 웃더니 말을 이었다. “근데 재호 형이 예비 장인한테 참 성의를 보이네. 아저씨도 이런 대접 못 받아보셨을걸? 아, 참. 아저씨도 오시나?” 마지막 말은 그냥 서태우가 아무 생각 없이 던진 질문이었는데 뜻밖에도 노윤서의 표정을 잠깐 굳게 만들었다. 사실 그녀는 누구보다도 하민욱이 와주길 바라고 있었다. 그게 곧 인정이자 그녀와 하재호의 결혼을 공식적으로 받아들인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지만 하재호가 아무 말 없었기에 그녀도 먼저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내가 아직 그만큼 높이 올라가지 못해서 그래. 그래서 아저씨가 나를 눈여겨보지 못한 거야.’ 그래서 노윤서는 더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언젠가 하민욱도 자신을 인정하게 될 거라고. 노윤서는 겉으로는 미소를 유지한 채 자연스럽게 답했다. “아저씨는 한참 전부터 공식 석상에는 안 나가시잖아. 괜히 폐 끼치기 싫어서 연락 안 드렸어.” “그렇지. 요즘은 명절 인사 갈 때나 뵐 수 있잖아.” 서태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민도영이 불쑥 끼어들었다. “무슨 소리야? 지난번 이스트가든에서 뵀잖아.” 순간, 공기가 묘하게 얼어붙었다. 그 자리에는 하민욱도 있었지만 다른 사람도 있어서였다. 그리고 그들이 하민욱을 보게 된 것도 그 ‘다른 사람’을 통해서 본 거였기 때문이다. 그 ‘다른 사람’이 바로 노윤서가 입에도 올리기 싫은 강유진이었다. 어색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