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4화
다만 노윤서가 눈치채기 전에 태연하게 시선을 돌렸다.
강유진은 배현준과의 뜻밖의 만남에 인사했다.
“고마워요.”
“내가 준 우산은 어디에 뒀어요?”
배현준은 점점 더 굵어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강유진에게 물었다.
“가방에 잘 있어요. 항상 챙겨서 아주 유용하게 쓰고 있어요.”
강유진은 자신의 가방을 톡톡 치며 대답했다.
배현준의 눈빛에 미소가 감돌았다.
“그런데 왜 안 써요?”
“이렇게 조금 오는 비에는 안 젖을 줄 알았어요.”
“다음에는 조심해요. 이 정도 비는 춥지는 않아도 찝찝하잖아요.”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주채은이 도착했다.
강유진은 자연스럽게 배현준에게 외투를 돌려주려 했다.
하지만 배현준은 거절했다.
“그냥 입고 갔다가 나중에 편할 때 돌려줘요.”
주채은 뒤로 다른 차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기에, 강유진은 더 지체하지 않고 배현준에게 작별 인사를 한 뒤 서둘러 차에 올라 집으로 향했다.
밤늦게 집에 도착해 샤워를 마친 강유진은 곧바로 책상에 앉아 사업 계획서를 수정하고 보완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지난번 세온시에 여수빈을 찾아갔을 때,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해 여수빈의 투자를 놓칠 뻔했다.
똑같은 실수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는 것이 강유진의 철칙이었다.
그녀는 사업 계획서를 쓰는 데 나름대로 경험이 많았다. 하지만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처럼 감성에 호소하는 이야기를 쓰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다 하재호에게 투자 심사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신랄한 비판을 받았다.
하재호는 그녀가 작성한 것은 사업 계획서가 아니라 그저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는다고 혹평하며 차라리 잡지에 투고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비꼬았다. 운이 좋으면 소정의 원고료라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이면서 말이다.
강유진은 수치심과 분노에 휩싸여 그날 화장실에 숨어 펑펑 울었고 그 후 오랫동안 하재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그때가 하재호가 그녀에게 처음으로 고개를 숙였던 날이었다.
그는 먹을 것을 잔뜩 사 들고 그녀의 좁은 자취방을 찾아왔다. 7년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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