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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끝은 시작보다 더 초라했다. 하지만 이제 상관없었다. 강유진은 이미 이 감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하재호가 대답하든, 고개를 끄덕이든,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서동민은 강유진을 데리고 식사를 하러 나섰다. 그는 자신에게 보답할 방법을 생각해냈다고 했지만 예약해 둔 식당이 청수 레스토랑일 줄은 강유진도 몰랐다. 인생은 가끔 이렇게 희극적이다.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곳, 늘 하재호와 함께 오고 싶었던 장소를 결국 하재호는 노윤서와 함께 왔고 강유진은 서동민과 함께 하게 된 것이다. “왜? 이 식당 마음에 안 들어?” 강유진이 잠시 움직이지 않자 서동민은 그녀가 싫어하는 줄 알고 말했다. “그럼 다른 데로 가자.” “아니에요.” 강유진은 고개를 저으며 옅게 미소 지었다. “저 여기... 좋아해요.”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오고 싶을 만큼 좋아요...’ “역시 좋아할 것 같았어. 여긴 요즘 인스타에서 인기 많거든. 여자애들이 다 좋아하더라.” 서동민이 예약한 건 조용한 룸이었다. 운치 있는 분위기는 강유진의 가라앉은 마음을 조금 달래주었다. 서동민은 메뉴를 그녀에게 맡기면서도 잊지 않고 당부했다. “매운 건 시키지 마. 너 위 안 좋잖아.” 강유진은 예전부터 먹고 싶었던 음식들을 주문했다. 몇 가지 매운 요리도 있었지만 먼저 잘못을 인정했다. “맛만 볼게요. 많이는 안 먹어요.” “다음부턴 안 돼.” 서동민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고 서동민은 전화를 받으러 잠시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다시 들어올 때, 혼자가 아니었다. 강유진도 그 사람을 알아봤다. 서태우였다. 서태우는 자신이 올 줄 몰랐던 강유진과 함께 있는 서동민을 보고 순간 당황했다. “소개할게.” “알아요. 재호 형, 비서잖아요. 굳이 소개 안 해도 돼요.” 서태우는 서동민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잘라버렸다. 눈빛에는 예전 그대로 비아냥과 경멸이 가득했다. 강유진은 서동민의 체면을 생각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재호 형이랑 윤서 누나도 이 근처에서 식사 중이던데, 형도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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