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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6화

전민수는 이현정의 유언에 따라 추도식을 따로 열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유골을 직접 들고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공해에 뿌려 주었다. 강유진이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 수 있었던 건 중삼과의 협력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중보의 인수합병을 순조롭게 성사시켰다는 점이었다. 그 덕분에 이현정은 한 가지 아쉬움만큼은 덜 수 있었다. 강유진은 노중시에 이틀을 더 머물렀다. 떠나기 전, 전민수는 강유진을 한 번 따로 만났다. 그는 중보가 이현정 평생의 심혈이 깃든 회사라며 반드시 잘 운영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실 그는 알고 있었다. 굳이 부탁하지 않아도 강유진이라면 이현정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을 거라는 걸. 그럼에도 강유진은 다시 한번 분명히 약속했다. 반드시 중보를 키워 내겠다고. 전민수는 강유진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어딘가 텅 빈 듯했고 마치 그녀를 보면서도 다른 누군가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떠나기 전 강유진은 목숨을 걸고 자신을 구해 주었던 그 사람이 떠올라 또다시 전민수를 통해 소식을 물었다. “공교롭게도 출장 중입니다.” 강유진은 조금 실망했지만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기사와 함께 한밤중에 강성으로 돌아왔다. 도착했을 땐 이미 월요일 새벽이었다. 마중 나온 주채은의 얼굴은 잔뜩 풀이 죽어 있었고 말수도 평소보다 눈에 띄게 적었다. 강유진은 의아해 물었다. “왜 그래? 남자 친구랑 싸웠어?” “아니에요!” “그럼 무슨 일이야?” 주채은은 한숨을 내쉬듯 말했다. “언니. 전에 거의 다 얘기 끝났던 회계법인이랑 로펌이요. 갑자기 마음을 바꿔서 우리랑은 협업 안 하겠대요.” 이현정을 배웅하는 데 방해가 될까 봐, 주채은은 이 일을 계속 눌러 두고 있었다. 강유진은 몇 초간 망설이다가 물었다. “벅스 테크에서 그들한테 접촉한 거야?” 주채은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분을 참지 못하고 불만을 터뜨렸다. “프라임캐피탈에는 자체 회계팀이랑 법무팀이 다 있는데 노윤서 씨는 자기 회사 사람들을 놔두고 굳이 우리랑 경쟁하러 나온 거잖아요. 이건 명백히 일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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