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화
겉으로 보기엔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이었으나 어쩐지 둘 사이에는 전보다 더 찬 바람이 부는 것 같았다.
...
홍유빈은 다음 날 오후가 다 되어서야 느지막이 눈을 떴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자마자 목구멍이 따끔거리는 것이 아무래도 감기에 걸린 것 같았다.
임선희는 홍유빈이 깬 것을 확인하고는 얼른 가서 음식을 데웠다.
“사모님, 배차를 달였으니 먼저 좀 들고 계시면 식사도 금방 차려드릴게요.”
주방을 둘러본 홍유빈은 신시후의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가 사람을 찾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임선희는 인자하게 웃으며 말했다.
“도련님은 회사에 가셨어요. 그리고 사모님 깨우지 말라고 신신당부도 하셨어요.”
홍유빈은 푹 익은 배 한 조각을 베어 물며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모처럼 집에서 쉬려던 홍유빈의 계획은 요양병원에서 걸려 온 전화 한 통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친할머니에게서 걸려온 전화였기에 홍유빈은 옷을 챙겨 입고 차 키를 챙겨 서둘러 집을 나섰다.
김혜옥은 제 며느리와 손녀가 어쩌다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서화야, 이따 유빈이 오거든 부디 좋게 말해라. 유빈이가 얼마나 효심이 깊은 아이냐. 너랑 가까워지고 싶어 애를 쓰는데 네가 번번이 문을 닫아거니 이러다 정말 천륜이 끊길까 겁난다.”
김혜옥은 예전부터 방학 때마다 홍유빈을 강씨 가문에 보내 머물게 했다. 대단한 걸 바라서가 아니라 그저 그 어린아이가 제 어미와 살을 맞대고 정을 붙이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의 사랑이 아무리 지극하다 한들 친부모의 사랑과는 그 결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안서화는 결코 좋은 어머니가 되어 주지 못했다.
“어머님이 모르셔서 그래요. 유빈이가 예전에는 참 순하고 고분고분했는데 시집을 가더니 도통 애가 달라졌어요. 속을 알 수가 없다니까요.”
김혜옥은 안서화의 말에 반박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모진 소리를 해봐야 입만 아플 것 같아 그저 한숨만 내뱉을 뿐이었다.
“됐다. 유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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