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화
안서화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결혼을 안 시키다니요. 어머님, 제발 초 치는 소리 좀 하지 마세요!”
“초는 네가 치고 있는 거지!”
김혜옥은 안서화에게 손가락질을 마다하지 않으며 벼락같이 호통을 쳤다.
“네가 정녕 제 자식을 사람으로 보기는 하는 거냐? 그저 네 자리 지키는 데 쓰는 도구로밖에 안 보이는 거지?”
“당장 여기서 나가라!”
“어서 내 눈앞에서 썩 꺼져!”
김혜옥이 잔뜩 어두워진 안색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소리를 지르자 소란을 듣고 달려온 요양병원 직원들이 안서화를 막아 나섰다.
“보호자께서는 일단 돌아가시는 게 좋겠어요. 계속 여기 계시다간 어르신께서 더 격분하실 것 같네요. 계속 이렇게 흥분하시다가 화를 못 이기고 병세가 더 심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에요!”
“그러게 말이에요! 대체 뭐 하는 사람이길래, 참! 어르신께서는 여기 계신 몇 년 동안 다른 사람과 얼굴 붉히는 일 한번 없이 점잖으셨던 분이세요. 그리고 여태 어르신을 찾아와서 극진히 보살피는 사람이라고는 손녀밖에 없었어요. 근데 저 사람이 오자마자 저 사달을 내네요! 사람 잡기 전에 어서 나가요!”
주변에서 쏟아지는 거센 핀잔에 안서화는 쫓기듯 요양병원을 빠져나갔다.
홍유빈은 서둘러 김혜옥에게 혈압약과 심장약을 건넸다.
“할머니, 이거부터 천천히 삼키세요. 그리고 이건 입안에 물고 계시고요.”
그녀는 김혜옥의 굽은 등줄기를 조심조심 쓸어내리며 그 어느 때보다 나직하게 속삭였다.
“천천히 숨 쉬세요. 화내지 마시고요.”
김혜옥은 홍유빈이 시키는 대로 약을 삼키면서도 눈물을 참지 못했다. 손녀의 가련한 처지가 제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것보다 아픈 모양이었다.
“유빈아, 미안하다. 내가 죽고 나면 기댈 사람 하나 없이 너 혼자 이 험한 세상 어찌 살까 싶어서 네 엄마랑 정이라도 붙여주려 했었다. 근데 내 욕심이 과했던 거였어.”
“오늘 보니 네 엄마는 네가 기댈 언덕이 못 된다. 유빈아, 할머니가 악착같이 몇 년 더 버티마. 내가 네 버팀목이 되어 줄 테니 걱정하지 마라. 그나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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