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34화
하지만 여기에는 암실이 있었다.
옆에 있는 고동꽃병을 움직이면 멀쩡해 보이던 벽면이 갈라지면서 별다른 천지가 펼쳐지게 된다.
깊은 곳엔 빛이 어두워 사람의 그림자가 벽에 비쳐 일그러진 괴물 같았다.
벽을 자세히 보면 여러 가지 날카로운 도구들이 걸려 있었다.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구석에서 한 여자가 나일론 끈에 손발이 묶여 웅크리고 앉아있었는데, 드러난 피부에는 후려 맞은 상처가 가득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긴 머리가 드리워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고개 들어!”
부하가 앞으로 가서 발로 걷어찼다.
여자가 움직이더니 고개를 들어 얼굴을 내밀었다.
라인이었다.
김신걸이 그렇게 찾아도 찾지 못했던 라인이 여기에 있었다.
라인의 눈빛은 여전히 사나웠다. 마치 갇힌 짐승처럼 저항을 하고 있었다.
수하가 말했다.
“육 대표님, 이 여자가 계속 자신이 소재한 조직이 어디인지 말하지 않습니다.”
몇 년 전에 육성현은 경외에서‘천애’라는 조직을 접촉한 적이 있었는데 그들의 팔에는 모두 검은색의 원형 문신이 있었다.
라인이 바로 그 조직의 멤버였다.
애초에 육성현이 경외거래를 할 때 라인을 본 적이 있었지만 그땐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김신걸이 찾는 사람이 이 여자일 줄은 몰랐어.’
“내가 말했잖아, 난 김명화의 도움으로 이미 조직을 이탈했다고.”
라인은 다시 한번 해명했다.
“내가 알기론 그 조직은 죽음만 있을 뿐 이탈할 가능성은 없는 것 같은데, 김명화가 큰돈을 들여 너를 샀나 보군.”
육성현이 말했다.
“하지만 그게 네가 천애의 본부를 말할 수 없는 이유는 아니지.”
라인의 눈에는 두려움이 스쳐 지나갔다.
“어차피 내가 말하든 말하지 않든 결과는 모두 죽음이니까 마음대로 해!”
‘육성현 손에 죽는다고 해도 난 천애의 본부 위치를 말할 수 없어.’
왜냐하면 그녀가 천애에 들어간 첫날부터 그 안의 사람들은 인간성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손에 들어가면 곱게 죽이는 게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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