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76화
엄혜정은 육성현의 말을 알아듣고 한기가 뼛속까지 스며드는 것 같았다.
‘아이가 있으면 문제가 없을 것이고, 아이가 없으면 어떤 흉악한 일도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잖아. 내가 아이를 없애든 아니든 아이가 없어지면 모두 내 책임이라는 거야?’
다음날 아침, 육성현은 그녀와 함께 아침을 먹고 나서야 떠났다. 외투를 들고 차에 오르는 그의 기분이 좋아 보였다.
엄혜정은 문가에 가서 검은색의 벤틀리가 별장을 빠져나가고 펀칭된 큰 철문이 자동으로 닫히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육성현이 떠나든 말든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별장 곳곳에 설치된 감시카메라가 그녀를 숨을 곳이 없게 만들었다.
욕실에 가서 작은 거울을 보니 아직 감시카메라가 남아 있었다.
원유희는 정말 뜯어내서 변기에 던져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는 육성현이 한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뜯어내면 또다시 새로운 감시카메라가 설치될 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침실에서 핸드폰 벨소리가 들려왔다. 엄혜정은 욕실에서 나와 전화를 받았다. 염민우에게서 온 전화였다.
회사에서 며칠 동안 사라져 그녀에게 전화 올 사람은 염민우밖에 없었다.
“여보세요?”
“혜정 씨 해고되었다면서요?”
염민우가 물었다.
‘하긴, 스스로 그 좋은 직장을 관뒀다고 하면 누가 믿겠어? 대표님이 마음에 들지 않아 해고했다고 할 수밖에 없었겠지.’
“혹시 육성현이랑 무슨 일 있는 거예요? 설마 벌써 혜정 씨한테 관심이 없어진 건 아니겠죠?”
염민우가 물었다.
“아니에요.”
“아니면, 그가 왜 염정은과 약혼한다고 한 거죠?”
엄혜정은 잠시 멍 해졌다.
“약혼?”
“몰랐어요? 이번 주에 약손식을 올린다고 해요. 뭐가 그리 급한지.”
염민우는 입을 삐죽거리며 이해할 수 없다는 말투로 말했다.
엄혜정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육성현은 이미 나와 혼인신고를 했는데 왜 염정은과 약혼하겠다고 했을까? 그리고 내가 임신한 결정적인 순간에 그가 왜 그랬을까?’
“슬퍼요?”
염민우가 물었다.
“약혼만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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