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52화
그녀를 유유히 쳐다보는 육성현의 눈빛은 집착과 광기로 가득 차있었다.
‘그녀는 연약해서 한 손으로 쉽게 죽여버릴 수가 있었다. 죽여버리면 다시는 날 이렇게 분노하게 할 수 없을 텐데.’
하지만 마음처럼 되지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결국 그녀의 목을 놓아주었다.
엄혜정은 육성현의 마음을 알지 못했다. 그저 그가 억지로 참으며 흉악한 독기를 뿜어내고 있다는 걸 느꼈다.
죽음은 무섭지 않았다. 무서운 건 죽음 전의 기다림이었다.
공기가 정지되고 심장이 멎어 호흡이 더 이상 기복이 없는 것 같았다.
엄혜정이 곧 침묵 속에서 죽을 것 같다고 느꼈을 때 목을 억누르고 있던 압력이 황급히 떠났다.
압력이 없어지고 그가 떠나가는 문 소리를 들은 후에야 그녀는 바들바들 떨며 숨을 내쉬였다.
엄혜정은 몸을 옆으로 돌려 새우 모양으로 웅크렸다. 그래야 안전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침대에 파묻힌 어깨가 파르르 떨렸다.
그녀가 결국 울음을 터뜨린 것이었다.
한밤중인데도 양석은 아직 회사에 남아 있었다.
그는 조사된 상황을 육성현에게 말했다. 육성현은 분노를 억누를 수 없어 벌떡 일어나 말했다.
“그럼 병원의 CCTV가 파괴되어 아무런 방법도 없다는 말이야?”
양석은 잠시 멈추더니 계속 말했다.
“대표님, 만약 염가와 육가가 모두 이 일을 알고 있다면 해결하기가 어려울 겁니다.”
‘내가 가장 가까운 비서인데도 엄혜정이 임신한 사실을 몰랐다. 그러니 애당초 엄혜정이 조수로 일하게 된 것도 우연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모두가 다 알고 있었다.’
세인 시에서 염가와 육가의 세력이 어마어마하기에 육성현은 중간에서 어느 한쪽도 함부로 건드릴 수가 없었다.
‘이렇게 억눌린 상황이기에 육 대표님이 분노하지 않을 수 없지.’
실은 양석도 육성현의 성격이 침착하기에 이번엔 좀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눈앞의 남자가 진정한 육성현보다 더 무섭다는 것을 몰랐다.
“병원에서 수술을 진행한 의사들은 조사해 봤어?”
육성현은 좌석에 앉아 음험하고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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