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93화
어차피 아이랑 같이 있어도 정신을 딴 데 팔고 있을 거였다.
엄혜정이 정신이 없는 건 피노키오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방으로 돌아온 원유희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녀는 어떻게 해야 김신걸의 마음을 바꿀 수 있을지 몰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을 바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았다.
핸드폰이 갑자기 방 안에서 울리자 그녀는 멍하니 바라보다가 가서 핸드폰을 들었다.
저장하지 않은 익숙한 번호를 본 그녀는 누가 전화한 건지 바로 알아챘다.
‘표원식…….’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고 직접 핸드폰을 껐다.
만약 이때 김신걸이 표원식의 전화를 받았다는 걸 알게 된다면 정말 상황이 복잡해질 거라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피노키오가 더 빨리 망할 것이었다.
‘아마도 나수빈이 날 찾아온 이유 때문에 전화한 거거나 혹은 나수빈과 같은 목적이거나 둘 중 하나겠지.’
하지만 어느 쪽이든 그녀는 전화를 받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피노키오의 문제는 전화를 받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표원식이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어…….’
원유희는 방 문 쪽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무의식 중에 일어섰다.
익숙한 압박감이 그녀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검은색의 긴 그림자가 침실로 들어오는 걸 보자 원유희는 동공이 흔들리며 물었다.
“일 다 했어?”
“응.”
김신걸의 깊고 예리한 시선이 원유희의 몸에 떨어져 그녀를 찌르는 것 같았다.
그는 시계를 풀어 협탁 위에 놓았다.
“내가 자동케이스에 넣어줄게.”
원유희는 말하며 시계를 들고 의상실로 가서 자동케이스에 넣었다.
그리고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 숨을 깊게 쉬고 용기를 내어 의상실을 나와 한 손으로 단추를 풀고 있는 김신걸에게 다가가 말했다.
“내가 해줄게.”
김신걸은 거절하지 않고 압박적인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원유희는 온몸의 힘을 다했지만 떨리는 손을 자제할 수 없어 겨우 단추를 하나 풀었다.
단추가 풀리면서 김신걸의 완벽한 몸매가 드러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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