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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8화

고선덕은 원유희를 보고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왔다. 회사의 다른 사람들도 평소와 다르지 않게 행동했다. 원유희는 그제야 회사사람들이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모르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회사에 오지 않으면 추궁하거나 따져 묻는 사람도 없었다. 일이 있으면 모두 고스덕을 찾으니 말이다. 유희는 자신이 마치 어떤 틀에 박혀 있는 것 같았다. 한 개의 점처럼. 탈출의 유일한 실마리는 김신걸이다. 그를 의지하는 것이다. 현재 그녀에게 있어 아이도 그만큼 중요하지 않다. 그가 없으면 자신의 가치마저 없어지는 것 같은……. 이때 사무실 문이 열렸다. 멍하니 있던 원유희는 정신을 가다듬고 보니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윤설이었다. 지난번에 유치장에 갇혀 있을 때 봤었는데, 어쩐 일인지 볼 때마다 사람이 빛나는 것 같았다. “바빠? 방해한 거 아니지?” 윤설이 물었다. “……아니야.” 윤설은 원유희와 책상을 사이에 두고 최대한 우아한 자세로 의자에 앉았다. “나 방금 신걸한테서 오는 길이야. 너에게 사과하고 싶어서. 나는 네가 범인인 줄 알고, 너에게 험한 말을 했었어. 엄마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고 제정신이 아니었어. 이해해 줘.” 원유희의 마음이 움찔했다. 드레곤 그룹에 갔었다고? 사과라고 하기에는 다소 억지스러웠다. 윤설은 따박따박 자신의 처지를 강력하게 피력하면서 자신을 탓할 꼬투리나 여지를 내어주지 않았다. 하루아침에 어머니를 잃은 것은 청천벽력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당시 모든 증거는 그녀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유희야, 너 신걸에게 이혼 얘기 꺼냈어?” 윤설이 물었다. 구치소에 갇혀 있는 동안 기분이 다운되고 머리가 텅 비어서 이혼에 대해서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윤설의 얼굴에 별다른 미동은 없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원유희를 천만번 죽였다. 어찌 기억을 잃어도 이렇게 뻔뻔스럽다니! 하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가식적인 연기를 해댔다. “얘기 안 했다니 천만다행이다. 정말 이혼이라도 했더라면 내가 천고 죄인이 되는 거지…… 내가 그걸 어찌 감당하겠어?” 그 말인즉슨 원희가 이혼 얘기 꺼내면 김신걸은 틀림없이 그녀와 이혼할 것인데 현재는 그녀가 질척대고 있으니 이 결혼이 유지되고 있다는 뜻이다. 윤설의 말을 듣고 원유희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지만 사실 그녀는 김신걸에게 이혼 얘기를 감히 꺼내지 못하고 있다. 애들이란 방패가 있다고 해도 승산이 얼마나 될까……. “신걸은 진범을 잡으려고 일부러 너를 구치소에 가두었어. 나도 미처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어. 신걸이 날 위해 이 모든 일을 했다는 게 너무 감동이야……. 일 처리하다 보면 한쪽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어. 그러니까 네가 좀 이해해 줘. 다행인 건 진범을 찾았다는 거야.” 윤설은 행복에 겨운 여인의 모습을 연기하며 말했다. 입술은 앙다물고 있는 원유희는 책상 밑에 있는 손으로 치맛자락을 꼬깃꼬깃 잡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껏 왜 김신걸이 자기를 구치소에 방치해 두고 나 몰라라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윤설의 얘기를 들어보니 모든 게 아귀가 딱딱 들어맞았다. ‘그래, 그들의 계획을 망칠까 봐 그랬던 거였어…….’ “유희야, 왜 말이 없어? 나한테 화난 거 아니지?” 윤설은 그녀의 입에서 대답을 꼭 듣고 싶었다. 원유희는 뻣뻣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럼 됐어.” 윤설이 일어섰다. “내가 시간 너무 많이 뺏었지? 나 먼저 간다.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 말을 마치고 떠났다. 원유희는 몸에 있던 모든 힘이 다 풀리는 것 같았다. 방금 힘들고 고된 시련을 겪은 사람처럼. 심지어 지울 수 없는 후유증도 함께……. 김신걸과 윤설, 둘이 죽고 못사는 연인을 자기가 끼어들어 갈라놓은 것 같았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원유희의 마음은 죽을 듯이 괴로웠다.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가 김신걸인 걸 확인하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왜 회사에 갔어? 이따가 데리러 갈게.” “아니야, 일 봐. 나 혼자 차 타고 가면 돼.” 원유희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지금?” “응. 곧.” “좋아.” 전화를 끊고, 원유희는 넋 놓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김신걸은 도대체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 그동안 구치소에서 매일 두려움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을 때를 생각하니 마음이 더없이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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