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9화
그녀와 윤설이 동시에 어려움에 처했더라면, 김신걸은 틀림없이 윤설을 구할 것이다…….
“엄마!”
삼둥이가 사무실로 뛰어 들어왔다.
원유희는 어리둥절했다.
“너희들, 어떻게 왔니?”
“엄마랑 같이 퇴근하려고 왔지요!”
유담은 유희 앞으로 깡충깡충 달리며 오동통한 작은 두 손으로 한 쪽 다리를 잡았다.
개구쟁이 조한은 어느덧 의자에 올라와 유희의 목을 껴안았다.
상우는 유희의 다른 한쪽 다리에 매달렸다.
원유희의 몸에 갑자기 아이가 세 명 자라난 것 같은 형상이 참으로 우스꽝스러웠다.
“엄마 퇴근했더요?”
유담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퇴근했지. 가자, 강아지들, 우리 집에 가자.”
원유희는 유담의 통통한 볼살을 살짝 꼬집었다.
“엄마, 우리 밖에 가더 놀아요.”
조한이 기대로 가득 찬 눈빛으로 유희를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랑 놀고 싶어요!”
상우도 합세했다.
시간을 확인해 보고는 아직 저녁 시간까지 조금 여유가 있다.
“좋아.”
어른 한 명, 꼬마 세 명, 네 사람은 차를 타고 번화가로 나갔다.
원유희는 아이들을 데리고 길을 건너고 있었다. 유희가 유담을, 유담은 상우를, 상우는 조한의 손을 잡고 길을 건너는 모습이 참으로 훈훈하고 귀여웠다.
그들이 간 곳은 차 없는 거리로 비교적 안전하다.
삼둥이는 여기 저기 둘러보며, 마치 애어른처럼 아이쇼핑을 즐겼다.
“엄마! 더기요!”
조한이 감격에 겨워 작은 손가락을 가리켰다.
조한이 가리킨 곳을 따라가 보니 탕후루를 파는 가게가 보였다. 간판에 아주 크고 먹음직스러운 다양한 과일로 만든 탕후루가 진열되어 있었다.
“엄마, 우리 여기에 왔덨어요. 너무 맛있더!”
유담이 말했다.
“어? 너희들 여기 왔었니?”
원유희가 물었다.
“네!”
유담은 주먹 불끈 쥔 작은 손으로 턱에 괴고 있었다. 예쁘고 큰 눈에 빛이 반짝거렸다.
“엄마, 내가 엄마 사줄게요!”
상우는 작은 손으로 치마를 졸라맸다.
원유희는 웃으며 그들에게 이 기회를 주었다.
“너희들, 돈 있니?”
“네!”
유담은 몸을 돌려 유희에게 뒤에 맨 가방을 보여주었다.
“돈은 안에 있더요!”
네 사람은 탕후루 가게 앞으로 걸어갔다. 거리를 마주한 유리 진열대에는 각종 탕후루가 있었다. 딸기, 포도, 귤 등 다양한 과일로 만든 탕후루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네 사람은 하나씩 손에 거머쥐었다.
유담의 지갑을 얼핏 살펴보니 안에 대략 5만 원의 현금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옆에 은행카드도 두 장 보였다. 확실한 액수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틀림없이 적잖은 돈이 들어있을 것이다.
보통 두 살 남짓한 꼬마들한테서는 전혀 볼 수 없는 광경이다.
모두 1만 6천 원, 유담은 만 원짜리 두 장을 빼서 건네주었다.
“4천 원 거슬러 주세요!”
셈 계산이 정확했다.
원유희는 자기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딸의 총기에 혀를 내둘렀다.
“유희 씨?”
원유희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소리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멀지 않은 곳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녀가 잘못 기억한 게 아니라면, 그때 구치소 앞에서 자기에게 가장 좋은 변호사를 선임해 주겠다고 소리치던 그 남자였다.
“아빠!”
“아빠!”
“아빠!”
세 쌍둥이는 표원식을 보고 즐겁게 달려갔다.
삼둥이를 본 표원식은 쪼그리고 앉아 그들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랜만이야, 꼬마들.”
“아빠, 많이 보고 싶었더요!”
유담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을 뱉었다.
“아빠도 너희들이 너무 보고 싶었단다.”
표원식이 한 말은 진심이다. 다만 상황상 애들을 만날 수 없었다.
“한동안 안 봤더니, 요 녀석들 키가 많이 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