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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2화

조한은 즉각 자극요법에 반응했다. 그는 작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못하긴요? 우리 할 수 있떠요!” 상우는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다. “좋아, 10장 베껴 써.” 말을 마친 김신걸은 일어나 서재를 나왔다. 김신걸이 나가자, 상우가 괴로워했다. “이제 어떻게 하지? 우리 간단한 한글밖에 못 쓰잖아…….” “암튼 난 할 거야!” 조한은 쉽게 굽힐 생각이 없어 보였다. 고사리손으로 펜을 들고 낑낑거리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좋아, 부적이라도 그려보지. “못생겼어!” 상우가 평을 내렸다. “…….” 조한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방으로 돌아온 김신걸은 원유희가 침대 옆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혼자 방에서 멍때리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뭔 생각하고 있어?” 그녀의 앞에 선 김신걸의 늘씬한 몸매는 강한 압도감을 주었다. 원유희는 일어서서 약간 허탈한 눈빛으로 물었다. “화났어?” “쉽지 않네. 티 났어?” 원유희는 어리둥절했다. 그는 정말 화가 났다. 왜? “설마…… 그 교장선생님 때문에?” “무슨 얘기했어?” 김신걸이 물었다. “…… 무슨 말을 할까 봐 두렵니?” 원유희는 용기를 내어 물었다. 김신걸의 숯검댕이 눈썹이 틀어지면서 얼굴은 차갑고 딱딱하게 변했다. 온몸의 카리스마가 더욱 강한 압도감이 느껴졌다. 원유희는 입술을 깨물었다. “사실은 별말 안 했어……. 예전에 내가 아이를 학교에 맡겼다는 얘기만 했어.” “앞으로 연락하지 마.” 김신걸이 말했다. “알았어……. 나 씻으러 갈게.” 원유희는 몸을 돌려 욕실로 갔다. 그녀는 여전히 더 많은 것을 물어볼 용기가 없었다. 자신과 김신걸의 신분 차이를 잘 알고 있고, 김신걸에게 중요하지 않은 사람인 것도 더욱 잘 알고 있다. 그녀는 단지 아이들에게만 중요할 존재일 뿐이다. 지금 이 처지에 어전원에서 편안히 살 수 있게 해준 것만으로 감지덕지해야 했다. 더 많은 걸 바라는 건 사치였다. 예컨대 그녀를 좋아해 준다는 거……. 표원식이 한 이야기가 이 문제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김신걸은 윤설을 좋아하고 또 윤설과 함께하고 있다. 자신은 애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돌보는 존재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러니 김신걸과 결혼했다고 하라도 윤설의 자리는 여전히 존재한다. 마음이 답답한 원유희는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이 신걸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커져서 주체가 안 되고 돌이킬 수 없을 정도까지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욕실 문이 열리고 김신걸이 들어왔다. 고개를 돌려 보니 김신걸이 잠옷을 벗어 두고 옷까지 탈의하고 터벅터벅 걸어와 함께 씻었다. 윤설과도 그랬겠지? 심지어 더 친밀하고 뜨거운 관계를 가졌을 수도……. 그녀에게 김신걸은 ‘책임'이란 무게로 존재하는 건 아닐까? 이런 ‘책임’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그녀에게 안정감이란 게 없다. 손 놓으면 멀리 훨훨 날아갈 거 같은 불안……. 원유희는 몸을 돌려 눈을 감고 김신걸을 안았다. 자신에게 더 많은 안정감을 주길 바라며. “이게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 줄 알아? 응?” 김신걸은 그녀의 긴 머리를 매만지며 물었다. 원유희는 살짝 뒤로 물러났다. 얼굴에 홍조가 피면서 다시 몸을 돌려 등지고 씻었다. 김신걸은 뒤에서 불쑥 그녀를 껴안았다. 저쪽 밑에서 올라오는 욕정을 참느라 힘들었다. “아직은 시기상조야.” 원래 그런 의도는 없었는데, 김신걸이 거절하는 듯한 말을 하니 원유희의 마음이 더욱 다운되고 축 처졌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원유희가 잠들자, 김신걸은 침대에서 일어나 서재로 가서 조한과 상우의 ‘과제’를 검사했다. 김신걸은 공책에 비뚤비뚤한 글씨와 엉망진창으로 그려진 작은 얼굴 두 장을 보면서 물었다. “이게 뭐야? 뭐라고 쓴 거야?” “좀 못 생겼지만…… 그래도 우리 열심히 썼떠요.” 화내는 모습조차 너무 귀여웠다. “네, 열심히 했어요!” 상우도 더 이상 쓰고 싶지 않았다. 글을 많이 썼더니 손도 너무 아팠다. 김신걸도 애들이 많이 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다만 징벌을 통해 교훈을 얻게 하기 위해서일 뿐이었다. 그러고는 공책을 탁자 위에 탁 던지며 소리쳤다. “다음에 또 표원식 그 아저씨와 만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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