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84화
“길면 이틀.”
입술을 앙 다운 원유희의 숨소리가 약간 떨리는 듯했다.
다음 날 오전 김신걸은 A시로 떠났다. 원유희는 여전히 어전원에 있었다.
바로 오후, 인터넷에는 윤설이 A시에서 피아노 연주 행사를 개최한다는 기사가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심지어 A시에서 윤설이 호텔을 드나드는 모습도 매체에 찍혔다.
잔디밭에 앉아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있지나 왠지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어느 순간부터는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렀다.
우는 모습을 애들한테 들키지 않기 위해 고개를 푹 숙였다.
‘현재 김신걸도 A시, 윤설도 A시, 설마 둘은 지금 함께 있을까?’
원유희는 자신이 내뱉는 모든 숨결마저 떨리고 슬프게 느껴졌다.
흐릿한 시선 속에 비친 결혼반지는 마음을 옥죄이는 사슬같이 볼수록 더 괴로웠다.
저녁 먹고 원유희는 힘없이 침대에 누워 있었다. 마침 침대 머리맡에 둔 핸드폰이 울렸다. 김신걸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원유희가 받았다.
“여보세요…….”
“잤어?”
“아직…… 일 다 봤어?”
원유희가 힘없이 물었다.
“뭐, 거의……. 내일 돌아가. 나 보고 싶었어?”
김신걸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전화기를 뚫고 들어왔다.
귀가 간질간질했다. 그녀는 가볍게 응, 하고 수긍했다.
전화 저편, 김신걸의 침묵.
“저기…….”
뭔가 말을 꺼내려고 하는데, 김신걸이 갑자기 말을 끊었다.
“잠깐만, 여기 일이 생겼어. 좀 늦게 전화할게.”
원유희가 대답도 하기 전에 전화는 이미 끊겼다.
김신걸의 베개를 베고 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김신걸의 전화를 오매불망 기다리던 원유희는 잠이 들 때까지 김신걸의 전화를 받지 못했다.
김신걸은 밤을 꼴딱 샜다. 진강 기슭을 따라 시작된 수색은 아침 7시까지 진행되었다. 아침에야 피곤한 몸을 이끌고 시내 호텔 스위트룸에 도착했다.
이렇게 바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휴대전화를 들어 원유희에게 전화해야 할지 고민했다.
‘시간이 너무 이르네. 괜히 아침 단잠을 깨울 필요는 없지…….’
진선우는 수색할 일을 고민하는 줄 알고 입을 열었다.
“사장님, 차라리 육성현에게 도움을 청하는 건 어떨까요? A시는 그쪽 사람들이 비교적 잘 알 테니까요.”
진강을 따라 동쪽으로 쭉 가면 도착하는 것이 바로 A시이다. 라인이 동강에 떨어진 후, 김신걸은 사람을 파견하여 줄곧 동강일대를 수색하게 했다.
그 후 누군가가 강에서 중상을 입은 여자를 구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소식을 접하고 찾아갔을 때 그 여자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이로써 라인이 죽지 않았음을 더 확신할 수 있다.
총을 네 발을 맞고도 살아 있다니, 이 여자는 목숨이 참으로 질기다.
“하루 밤낮을 꼬박 찾아다녔는데, 그쪽에서도 우리 쪽 움직임을 모를 리가 없어.”
김신걸이 계속 말을 이었다.
“육성현도 눈에 보이는 것처럼 간단한 인물은 절대 아니야.”
“그래도 사모님의 작은 아빠니까, 아무래도…….”
진선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김신걸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전화를 받았더니 저쪽에서 육성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금 A시에 있다며? 왔으면 얘기라도 하지……. 그래야 내가 손님 대접이라도 하지.”
“점심 식사 같이 하실래요?”
김신걸이 말했다.
“좋아, 내가 준비해 두지.”
간단명료한 세 마디로 통화는 끝났다.
진선우가 물었다.
“육성현?”
“음.”
“사람을 더 붙일까요?”
진선우가 물었다.
“너만 따라와.”
김신걸이 말했다.
필요 없다는 뜻이야.
김신걸과 육성현은 제성에 있을 때 몇 번 마주친 적은 있지만 따로 친분은 없다.
하지만, 원유희의 작은 아빠이고, 또 윤정의 회사와 협력관계이니, 왕래는 해야 한다.
통으로 대관한 호텔 레스토랑은 종업원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