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85화
두 도시의 거물들이 만났으니 이번 회동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이로 따라 적지 않은 후폭풍을 일으켰다.
왜 만났지? 백화점에 무슨 큰 변고가 있는 걸까? 이런 회동은 처음이다.
그냥 간단한 밥 한 끼 먹는 줄은 미처 생각도 못 했다.
김신걸이 호텔에 도착했을 때, 레스토랑에는 육성현 혼자만 있었다.
“늦었습니다.”
김신걸은 앉았다.
“아니, 나도 방금 도착했어.”
육성현이 말했다.
“제성에 있을 때부터 같이 식사하자는 게, 첫 식사를 A시에 할 줄은 몰랐네. 푸대접은 아니어야 할 텐데…….”
“아닙니다. 안 그래도 제가 오늘 전화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정보가 빠를 줄은 몰랐습니다.”
김신걸은 별다른 내색 없이 침착했다.
“그렇게 거창하게 수색을 벌이는데, 모르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육성현은 눈빛이 냉담하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사람을 찾고 있는 겐가? 내가 도울 수도 있을 텐데…….”
똑똑한 사람들은 말을 빙빙 에둘러 하지 않는다. 아니, 할 필요가 없다.
“라인이라는 여자를 찾고 있습니다. 총상을 입고 진강에 추락했는데, A시로 도주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아직 행방불명인 상태입니다.”
김신걸이 말했다.
“그래, 사람들에게 일러두지. 꼭 찾아낼 거야.”
육성현이 말하면서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분명히 또 누군가가 올 것이다.
“오늘 둘만의 식사 자리인 줄 알았습니다.”
김신걸은 참을성이 없이 말을 꺼냈다.
“자네도 아는 사람일세. 저기 오네.”
육성현이 말했다.
고개를 돌려 보니, 화려하지만 깔끔한 차림의 윤설이 종업원의 인솔하에 레스토랑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육성현이 말을 이었다.
“마침 설이도 A시에 있었네. 자네도 있고, 식사는 여러 사람이 함께해야 맛있는 법이지.”
윤설이 테이블 자리에 도착했다.
“아저씨.”
김신걸을 바라보는 눈빛에 애정이 듬뿍 담겨있었다.
“신걸아.”
김신걸은 별말 없이 담담하게 쳐다보았다.
김신걸의 거리를 두는 듯한 태도에 윤설의 웃음도 다소 억지스러워졌다.
“앉아.”
육성현이 말했다.
윤설은 자연스레 김신걸 옆자리에 앉았다.
직사각형 식탁이라 육성현 쪽 아니면 김신걸 쪽에 앉아야 했다.
김신걸 쪽을 선택한 것이 그다지 이상해 보이지는 않았다.
“식사 주세요.”
육성현이 손을 들어 종업원에게 분부했다.
이번 식사 초대로 보아 육성현은 윤설과 윤정이 친부녀 사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
식탁에는 각양각색 다양한 음식들이 한 상 차려졌다.
음식을 다 올린 종업원은 눈치껏 가시 범위 거리에 서 있었다.
“술은 뭐로……?”
“아니요, 식사 마치고 바로 제성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김신걸이 말했다.
윤설은 자기도 모르게 옆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김신걸이 왜 제성에 왔는지 모른다. 출장 정도로 짐작했다.
“그러지, 그럼 그때 연락할게.”
육성현은 더 권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윤설에게 물었다.
“설아는?”
“오늘 저녁에 피아노 연주회가 있습니다. 두 분을 제 연주회에 초대해도 될까요?”
윤설이 물었다.
육성현을 빌미로 김신걸을 초대하는 것이 의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워 보이니까.
육성현은 침묵하며 그 어떤 태도도 표명하지 않았다.
“난 시간이 안 돼.”
김신걸은 거절했다.
윤설의 얼굴에 내심 서운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곧 생각을 바꾸었다.
“신걸아, 유희랑 같이 오는 건 어때?”
김신걸은 입을 꾹 닫았다. 상의할 여지조차 없이 단호해 보였다.
윤설은 이미 그의 답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무슨 수를 써서 초대해도 거절하리라는 것을.
“저녁에 혜정이랑 갈게.”
육성현이 어색한 분위기를 전환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