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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0화

유담의 얼굴과 함께 유희의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이어 조한과 상우의 작은 머리가 밀고 들어와 아빠를 소리 높이 불렀다. 어른 한 명과 꼬마 세 명, 모자가 함께하는 장면을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것 같았다. 검은 눈동자에 자상함이 서려 있었다. 영상 속 김신걸의 화면 배경은 사무실이었다. 조금 전 윤설과 휴게실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이쯤이면 윤설은 떠났겠지, 그랬으니까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 거지……. “아빠, 우리 지금 엄마랑 나비 잡고 있더요.” 조한은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기운이 넘친다. “나와 엄마는 나비 사진을 찍고 있더요!” 유담도 한마디 거들었다. “나비가 많아요! 예뻐요!” 상우가 말했다. 삼둥이는 번갈아가며 아빠와 재미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비 사진 찍어서 보내줘.” 김신걸이 말했다. “엄마 핸드폰 드려.” “네!” 삼둥이는 핸드폰을 유희에게 넘기고 해림에게 달려갔다. 핸드폰 내놓으라고. 영상에는 김신걸과 원유희가 얼굴을 맞대고 있었다. 김신걸의 검은 눈동자를 보며 원유희는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별일 없으면 아이들한테 가볼게…….” “왜? 내가 애들보다 못해? 응?” 낮고 굵은 김신걸의 목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원유희는 시선을 떨구었다. “바쁜 거 아냐?” “지금은 안 바빠.” “밥은?” 원유희가 물었다. “아직, 이제야 막 시간이 나서……. 이따가 먹으려고.” 김신걸이 말했다. ‘윤설이 갔으니, 시간이 났겠지…….’ 자신은 윤설보다 뒷전이다. 그런데 전화는 왜 한 걸까? 분명 애들 때문이겠지, 절대 자기 때문이 아니라……. 만약 오늘 드래곤 그룹에 가지 않았더라면, 정말 멍청하게 김신걸의 모든 행동이 진심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럼 밥 먹으러 가, 난 애들한테 가 볼게.” “응, 오후에 갈게. 그리고 낮잠은 애들 따로 재워. 같이 자지 말고!” 김신걸은 말했다. “……알았어.” 원유희는 화상 전화를 끊고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녀가 낮잠을 자면서 곁에 그의 자리를 남겨두기를 바라는 건가? 예전 같으면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을 것이다. 지금 그녀의 마음은 속이 텅 빈 것 깡통에 물먹은 솜을 가득 넣은 듯한 느낌이었다. 김신걸이 정말 그녀를 신경 써서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윤설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적당한 때를 기다려서 그녀에게 이혼 얘기를 꺼낼 것이고……. 원유희는 눈시울이 뜨거워 숨이 막힐 정도로 슬펐다. 이토록 사랑하는 신걸과 이혼하게 되면 그녀에게 남은 것은……? “엄마, 나 나비 사진 많이 찍었더요!” 유담이 신나게 달려와 쫑알거렸다. “난 나비 잡았다!” 조한은 한 손을 들고 있었다. 포동포동한 손가락에 날개를 펄럭이는 나비를 꼭 쥐고 있었다. 상우 손에도 한 마리 있었다. “나 아빠한테 보내줄 거야!” 유담은 핸드폰을 나름 잘 다루었다. 원유희는 애들이 기뻐하는 것을 보며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애써 억눌렀다. 화원에서 오랫동안 놀면서 나비 사진도 찍고, 나비 잡기도 했다. 한참을 놀고서야 아이들을 데리고 방으로 돌아가 낮잠을 잤다. 삼둥이는 곧장 안방으로 달려가 지체없이 침대에 올랐다. “나는 엄마랑 잘 거야!” “나도, 나도!” “어제 낮잠에서 깨어났는데, 우리 침대에 있더라.” 상우가 말했다. 원유희는 애들의 신난 모습을 보고 굳이 그들을 내보내지 않았다. 김신걸이 화내지 않을 것리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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