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1화
윤설과 관련되지 않은 일이라면 김신걸은 딱히 무서운 사람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침대에서 놀다가 얼마 되지 않아 하품 하더니 쿨쿨 잠이 들었다. 원유희는 아이들 옆에서 같이 잠들었다. 깨어나자 옆에 있던 아이는 김신걸로 변했고 원유희는 김신걸의 품에 안겨있었다.
원유희는 김신걸이 언제 돌아왔는지 아무런 인기척도 느끼지 못했다. 김신걸이 아직 눈을 감고 있는 것을 보자 원유희는 김신걸이 아직 자는 줄 알고 그의 품에서 나오려고 했다. 하지만 움직이자마자 원유희의 허리에 감고 있던 팔에 힘이 들어갔다.
"가만히 있어."
“일어날 거야.”
“아이들이랑 같이 자지 말라고 했잖아. 벌이야.”
김신걸은 자고 있었지만 원유희가 움직이자마자 바로 깨어났다.
원유희는 이 얘기를 듣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도대체 왜 이런 일까지 따지는 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무슨 생각해?”
김신걸은 원유희의 턱을 잡고 살짝 들어 올려 원유희와 마주 보려 했다.
한 사람은 아래로 내려다보았고 다른 한 사람은 올려다보았다. 흘러가던 시간은 한순간에 멈춘 것만 같았다.
원유희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저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검은 그림자가 원유희 위로 덮여오더니 강박적으로 원유희의 작은 입술을 탐했고 계속 놓아주지 않았다.
숨이 쉬어지지 않은 원유희는 참지 못하고 김신걸을 밀어내고 그의 가슴에 머리를 묻고 숨을 헐떡였다. 그러자 김신걸은 또 원유희의 얼굴에 입맞춤을 하고 원유희의 귀를 물었다.
원유희는 가볍게 떨며 그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원유희는 김신걸의 몸이 점점 더 위험하게 뜨거워지고 있음을 느꼈다.
이때 옆에 있던 핸드폰이 눈치 없게 울리기 시작했고 원유희는 그 진동 소리를 듣자 바로 긴장해졌다. 원유희에게 있어서 김신걸 핸드폰의 진동 소리는 다른 사람이 두 사람 사이에 강제적으로 끼어들려는 시그널과 같았다.
김신걸은 손을 뻗어 침대 머리맡에 있는 핸드폰을 바닥으로 떨궜다. 카펫 위에 떨어진 핸드폰은 여전히 진동하고 있었지만 방금 침대 머리맡에 있을 때처럼 그렇게 시끄럽지 않았다.
하지만 원유희는 더 이상 모른척하면서 맞춰줄 수 없었다. 원유희는 거절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나…… 화장실에 갈래…….”
원유희가 욕실에 들어 가기 전까지 핸드폰의 진동 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원유희는 과감하게 문을 닫았다. 김신걸이 전화를 받는 것을 듣고 싶지 않았고 나간다고 대답하는 김신걸의 목소리는 더더욱 듣기 싫었다.
하지만 이런 거짓말은 원유희의 가슴을 더 아프게 만들었다.
‘이렇게 밀어내는 게 과연 맞을까? 윤설을 찾아가면 어떡하지?’
경황질색한 원유희는 욕실 문을 열었고, 욕실에는 이미 김신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원유희는 다리에 힘이 풀리더니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두 다리를 안고 처량하게 있었는데 두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또 윤설을 만나러 갔겠지, 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되는 거야? 저녁이 되면 올까? 내일 오전까지 기다려야 될까?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고…….’
“유희야?”
슬픔에 빠져있던 원유희는 자기를 부르는 목소리에 흠칫 놀라 서서히 얼굴을 돌렸다. 자기 앞에 다시 나타난 김신걸을 보자 의아해하며 울던 것을 멈췄다.
김신걸은 이런 원유희를 보자 눈빛이 예리해졌고 다가가 원유희를 안고 침대에 앉혔다.
“어디 아파?”
원유희는 그제야 김신걸이 돌아왔음을 실감하고 그의 품에 안겼는데 떨리는 몸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김신걸은 셔츠에 스며든 눈물을 느낄 수 있었다.
“아파?”
김신걸이 물었다.
원유희는 두 번이나 유산한 데다가 몸이 다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신하고 또 교통사고까지 당했기에 몸에 무리가 많이 갔다. 송욱은 적어도 3개월 이상 휴식하고 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얘기했다.
김신걸은 아까 원유희를 안고 또 가깝게 있었더니 잠시 흥분을 참지 못하고 손에 힘을 주었다.
“아니…….”
원유희는 금방 울어서 그런지 아직 콧소리가 있었다.
김신걸은 원유희의 작은 얼굴을 감쌌는데 보물을 대하는 것처럼 나지막한 목소리로 부드럽게 얘기했다.
“왜 울었어?”
원유희는 사실대로 얘기할 수 없었다. 이미 간 줄 알았다고, 자기를 버린 줄 알았다고, 그래서 슬퍼서 울었다고 얘기할 수는 없었다.
김신걸은 자기 셔츠를 꼭 잡고 있는 새하얀 작은 손을 봤다. 원유희는 놀란 듯 불안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 가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