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4화

순간 회의실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한 동료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육경민 씨, 지금 말씀하신 거... 혹시 박 팀장님이 섀도우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의심하시는 건가요?” 말끝이 채 끝나기도 전에, 주변 사람들이 술렁였다. “저도 예전부터 의문이긴 했었어요. 우리의 우상이 남자에게 의존하는 내연녀라니...” “게다가 솔직히 팀장님 실력을 직접 본 적도 없잖아요.” 육경민이 일부러 문제를 이렇게 꺼낸 건 모두 전략이었다. 교묘하게도 그 질문은 보통 실력자와 천재를 구분할 수 있는 시험이 된 셈이었다. 만약 박해은이 진짜 섀도우라면 이번 기술 난제는 식은 죽 먹기일 터. 그게 아니라면 아무리 뛰어난 개발자라도 이런 난제는 천재 중의 천재만 풀 수 있었다. “확실히 알 수는 없으니 결과를 보자고요.” 육경민의 말에 기술팀은 동조를 하듯 서로 묘한 눈빛만 교환했다. 다음 날 정기 회의가 열렸고 파일은 이미 어제 육경민이 박해은에게 전달해 둔 상태였다. 박해은은 파일을 받아보고는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고태빈이 전송한 자료를 기술팀과 함께 검토했지만 아무도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순간 박해은은 속으로 마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기술팀이 해결하지 못하면... 내가 직접 해야 하나?’ 잠시 후 박해은이 육경민에게 말했다. “경민 씨, 운해대학 쪽에 가서 이 문제는 우리가 해결 못 했다고 전해요. 솔직히 나도 답이 안 나와요.” 순간 회의실은 정적에 휩싸이며 모든 시선이 박해은을 향했다. 그러자 박해은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나보고 뭘 어쩌라는 거예요. 내가 신도 아닌데 2년 동안 해결 못 한 문제를 내가 이틀 만에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때 육경민이 한 발자국 다가서며 차분하게 말했다. “하지만 팀장님은 섀도우시잖아요?” 그 말에 박해은은 잠시 멈칫했다. “섀도우라고 해서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건 과거의 나고 앞으로 회사에서 그 이름은 듣고 싶지 않네요.” 순간 주변 사람들도 박해은이 섀도우라는 이름에 민감하다는 걸 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