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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화

밤이 깊은 시각. 박해은은 욕실 거울 앞에 멈춰 서서 자신의 얼굴을 천천히 살폈다. 피부는 매끈했고 윤기까지 돌았다. 아이를 한 번 낳은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여전히 고운 얼굴선, 그리고 전체적으로 스무 살 무렵의 앳된 분위기까지 은근히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 눈빛에는 성숙한 여자의 요염함, 여유, 확신이 단단히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남자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지. 태빈이를 기들일 수 있다면 그와 비슷한 남자쯤은 얼마든지 내 손안에 들어올 수 있을 거야.’ 그녀는 머릿속으로 이미 모든 계산을 끝낸 상태였다. 고태빈의 성공은 애초부터 섀도우 특허 하나에 기댄 허상에 지나지 않았다. 그 특허가 빠져나간 순간부터 그의 몰락은 이미 예정된 순서였다. 변두리에서 잠시 타올랐던 불꽃 같은 성공도 결국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 덧없는 꿈에 불과했다. ‘이제 슬슬 이혼해야겠네. 그래야 더 많은 길이 생기지.’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던 순간 밖에서 송인서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렸다. “해은아! 박해은! 어디 있어? 당장 나와!” ‘엄마가... 벌써 돌아왔다고?’ 박해은은 급히 옷을 챙겨 입고 거실로 나갔다. “엄마, 네레이드에서 휴가 중 아니었어요? 왜 이렇게 일찍 돌아왔어요?” “내가 어떻게 안 돌아오니? 이렇게 큰 일이 터졌으면 최소한 말이라도 했어야지!” 그 말에 박해은은 순간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저도...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어요.” “내 친구가 아니었으면 해빈 테크가 파산 직전이라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겠다.” 그 순간, 박해은의 눈가에 눈물이 어렸다. 그녀는 익숙한 듯 ‘연약함’의 표정을 지으며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요즘 들어 송인서가 그녀에게 유독 부드럽게 굴었던 이유는 해빈 테크의 상장 덕이었다. 하지만 회사가 무너지는 순간 그 모든 것도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다. 이 집안에서 살아남으려면 예전처럼 굽히고 맞추고 매달리는 방법밖에 없었다. 송인서가 얼마나 철저한 기회주의자인지 박해은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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