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6화
고태빈은 안전문 뒤에 몸을 숨긴 채 그 대화를 듣고 있었다.
순간 누군가가 심장을 움켜쥐어 거칠게 비트는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
박시형은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
“너 그렇게 하기만 해봐.”
이어 서규영도 웃으며 받아쳤다.
“농담이야. 내가 왜 그러겠어.”
그 짧은 대답에 고태빈의 눈앞이 서서히 흐려졌다.
그는 여전히 서규영의 마음 어딘가에 자신이 남아 있을 거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지금, 그 믿음이 얼마나 우스웠는지 참담하게 깨달았다.
그때 문이 열리고 서규영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철컥.
“와... 여기 어떻게 된 거야?”
“내가 새로 꾸몄어. 전부 내가 디자인했지. 가구, 소파, 침대... 물컵 하나까지 다 내가 고른 거야.”
그는 턱을 살짝 들어 올려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러니까 네가 여기 물건 보다가 누구 생각난다고 해도 떠올릴 사람은 나뿐이란 거지.”
서규영은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 집 안을 둘러보았다.
한눈에 봐도 그녀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공간이었다.
따뜻한 원목, 은은한 조명, 포근한 색감... 새벽 햇살이 스며든다면 얼마나 아름다울지 자연스레 머릿속에 그려졌다.
서규영이 지난 3년간 살던 곳은 늘 숨이 막혔다.
참고 버티고 견디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하지만 지금, 새로운 공간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그녀를 옥죄던 감정들이 서서히 풀려가기 시작했다.
‘나를 묶고 있던 것은 세상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어.’
“오빠, 고마워.”
서규영이 돌아서려던 순간 이번에는 박시형이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는 놓아줄 기미도 없이 곧바로 그녀의 입술에 입맞춤했다.
그 장면을 바라보던 고태빈은 끝내 더 버티지 못하고 시선을 돌렸다.
‘규영이는 이제 진심으로 행복하구나.’
두 사람은 열애 중인 연인이라기보다 오래 함께해온 부부처럼 보였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과 호흡,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온기... 그 모든 것은 고태빈이 지금껏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것이었다.
결국 더는 머물러 있을 수 없었던 고태빈은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때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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