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1화

서규영의 마음은 하루 종일 흐릿하게 떠 있었다. 보고서를 읽어도 메일을 확인해도 문장들이 눈앞을 스쳐 지나갈 뿐 하나도 머릿속에 남지 않았다. 육경민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금방 눈치챘다. “규영 씨, 무슨 일 있으세요?” “아뇨, 아무 일 없어요.” “아니에요. 오늘 규영 씨 얼굴에 딱 쓰여 있어요.” 그는 손가락으로 허공에 글씨를 쓰는 시늉을 했다. “저 지금 아주 심각한 고민 중입니다, 이렇게요.” 육경민은 덩치도 크고 성격도 순했다. 정말 사람으로 태어난 골든 리트리버처럼 느껴졌다. 부스스하게 내려앉은 잔머리까지 더해져 그 분위기는 더 확실했다. 그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입술을 조심스레 달싹였다. “규영 씨, 혹시... 애인과 헤어진 건 아니죠?” “무슨 소리예요. 그런 거 아니에요.” 그녀의 단호한 대답에도 육경민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을 풀지 못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조금 더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그... 규영 씨, 오늘 저녁에 시간 있으세요?” 서규영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왜요? 무슨 일 있어요?” 그 말에 육경민의 귀 끝이 살짝 붉어졌다. “아... 별건 아니고요. 오늘 저희 누나가 귀국했거든요. 같이 저녁 먹자고 해서요. 주만 씨랑 성우 씨도 같이 가기로 했는데... 규영 씨도 오시면 좋겠다 싶어서요.” 그때 옆자리에서 강주만이 빠르게 끼어들었다. “가요, 규영 씨. 경민 씨 누나는 그냥 누나가 아니에요.” “유명한 분이에요? 무슨 비밀 기술 개발자세요?” 강주만이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규영 씨 머릿속엔 진짜 일밖에 없어요? 연예인이에요! 그것도 아주 유명한! 육연우요!” 서규영은 순간 멈칫하더니 짧게 대답했다. “아...” 그러자 강주만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규영 씨, 설마 진짜 모르는 건 아니죠?” 연예계에 관심이 없는 서규영은 정말 몰랐다. 그녀는 TV도 안 보고 예능도 안 본 지 오래였다. “그, 그럼 오늘 저녁, 나시아 클럽에서 뵐게요.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그냥 편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