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4화
육경민의 말이 끝나자 룸 안은 숨소리조차 사라진 듯 고요해졌다.
기술팀 사람들도 모두 말문을 잃은 표정이었다.
그중에서 강주만이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서규영의 팔을 붙잡았다.
“규영 씨, 진짜 결혼했어요? 정말 결혼한 거예요?”
순식간에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육경민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누가 상상했겠는가? 세상일엔 관심도 없고 온종일 연구실에서 살아가다시피 하던 사람이, 야근과 프로젝트 외에는 인생에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던 서규영이 이미 3년 전 결혼했다는 걸.
육연우도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와... 진짜 티 하나도 안 나네요. 결혼한 지 벌써 3년이라니.”
지금 눈앞의 서규영은 누가 봐도 대학생처럼 어려 보였다.
서규영은 그저 잔잔하게 웃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맞은편에 있는 박시형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겉보기에는 평온했다.
그러나 눈빛에는 묘하게 가라앉은 그늘이 비쳤다.
둘의 시선이 마주친 순간 박시형이 입을 열었다.
“규영 씨는 결혼한 지 3년이나 됐습니까?”
그는 ‘3년’이라는 단어를 유난히 힘주어 말했다.
서규영은 대답 대신 디저트를 한 숟갈 떠 입에 넣었다.
그녀는 처음엔 박시형이라면 자신을 이해해 줄 거라고,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일에만 몰두해도 괜찮다고 말해줄 사람이라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 역시 아니었다는 것을.
애초에 서규영이 그와 결혼한 이유는 다시 업계로 돌아가기 위해서이자 마일 테크라는 발판을 얻기 위해서였다.
서규영이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박시형은 씁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고개를 돌렸다.
이내 그는 육연우와 몇몇 제작자들이 모여 있는 자리로 향했다. 그곳은 이미 화투판이 벌어져 있었다.
서규영은 초콜릿 무스를 다 먹은 뒤 입가를 조심스레 닦고 육경민에게 물었다.
“경민 씨, 누나하고 회장님은... 무슨 사이예요?”
“어릴 때부터 아는 사이예요. 십 대 때 비밀 연애 같은 거 했었다고 들었어요. 나중에 헤어졌지만요.”
“십 대요?”
서규영도 잠시 놀랐다.
“자세히는 몰라요. 누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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