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7화

그 순간 피와 살점이 튀는 듯한 감각을 느꼈고 서규영의 머릿속에는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끔찍한 생각이 스쳐 갔다. 서규영은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고 육연우는 그녀의 표정을 살피며 차분히 말했다. “지금 무슨 생각 하시는지... 알고 있어요. 네, 맞아요. 규영 씨가 생각하신 그대로예요.” 그리고 서규영의 시선을 맞추며 물었다. “규영 씨, 혹시... 본인도 느끼지 않으셨어요? 우리 둘... 얼굴이 꽤 비슷하다는 거.” 그 말의 의미는 너무나 명확했다. 박시형이 서규영과 결혼한 이유는 오직 하나... 아이를 가지기 위해서. 그리고 그녀가 선택된 이유는 육연우와 닮았기 때문. 그럼 태어날 아이가 육연우를 닮을 확률이 높아지고 그 아이는 마치 그들 둘 사이에서 태어난 듯한 모습이 될 터였다. 그 말에 서규영은 육연우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아몬드 모양 눈에 살짝 높은 콧대 그리고 꽃잎 같은 입술... 정말로 닮았다! 서규영은 가슴이 찢어질 듯한 통증이 치밀었다. 두 달 전 박시형이 갑자기 “오래 좋아해 왔다”라고 말하던 그 시기와 전부 딱 맞아떨어진다. 십 년 짝사랑? 이제 헛웃음만 나왔다. 첫 번째 결혼에서는 남편이 첫사랑 때문에 자신을 그림자 취급했고 두 번째 결혼에서는 정반대로 박시형은 매일 밤마다 욕망을 억누르지 못한 사람처럼 들이닥쳤다. 그런데 그 모든 열기는...아이를 만들기 위해서였고 심지어 자신은 대체품이었다.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서규영은 육연우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육연우 씨의 사랑 이야기는 정말... 기묘하네요. 성지용 씨가 이 얘기 들으면 어떤 표정일지 궁금하네요.” 성지용의 이름이 나오자 육연우의 표정이 살짝 흔들렸다. “지용이를 만나셨나요?” 서규영은 굳이 대답하지 않았고 그저 육연우의 반응만 확인했다. 그리고 잠시 후 육연우는 씁쓸하게 웃었다. “지용이가 말 안 했나 보네요. 사실 저희 셋...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랐어요. 제가 해외로 회복 치료하러 갔을 때도 지용이가 끝까지 따라왔고... 제가 연예계로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