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3화
박시형은 서규영의 목소리를 듣고 잠시 멈칫했지만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그는 술잔을 잡으러 가더니 갑자기 말했다.
“술이 참 좋아. 진짜 네가 보이잖아.”
그러고는 다시 술을 마셨다. 서규영은 침대 쪽으로 걸어가 창문의 커튼을 활짝 열었다. 바깥의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참 뜨겁고 공격적이었다. 박시형은 갑자기 쏟아지는 햇빛에 눈이 부셔 팔로 눈을 가렸다.
서규영은 돌아서며 여전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내가 누구인지 똑바로 봐.”
박시형은 천천히 팔을 내렸다. 그리고 비로소 눈앞의 사람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그의 눈에는 순식간에 여러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놀라움, 혼란스러움, 믿을 수 없다는 표정, 그리고 도취한 듯한 기쁨이 마치 얼어붙었던 눈처럼 녹아내렸다.
서규영은 그가 사람을 잘못 보았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야 정신이 든 모양이었다.
박시형은 눈을 내리깔고 눈 속의 모든 감정을 감추었다. 목소리도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온 듯했다.
“왜 왔어?”
목소리가 갑자기 차가워진 박시형을 보며 서규영은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이제는 상관없었다.
서규영이 말했다.
“오빠, 성지용의 그 뉴스들을 오빠가 터뜨린 거지?”
성지용의 이름이 나오자 박시형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박시형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걱정돼? 뉴스가 나온 지 두 시간밖에 안 됐는데 죄를 묻겠다고 찾아온 거야?”
서규영의 눈에는 박시형이 거의 인정한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온종일 방 안에 틀어박혀 있던 그가 연예계 소식에 그렇게 통달할 리가 없었다.
“오빠, 왜 그렇게 비겁한 짓을 한 거야?”
서규영은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그 영상은 어떻게 얻은 거야? 대답해. 왜 성지용이 옷장 안에 숨어 있는 영상을 가지고 있는 거야?”
서규영은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했다. 태양 마을의 집에는 자신과 성지용 단둘밖에 없었다. 그런 영상이 퍼져나가면 서규영이 첫 번째 용의자가 되는 것은 당연했다. 게다가 지금 성지용은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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