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6화
“오빠, 내가 오빠를 걱정해서 병원에 함께 있는 거로 생각해? 너무 앞서가시 마. 성지용 씨가 나에게 부탁해서 며칠 동안 돌봐주는 것뿐이야. 오빠를 위한 보답이기도 하고.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아줘.”
박시형의 얼굴이 좀 어두워졌다.
“성지용이 부탁한다고 네가 그렇게 해줘? 성지용이 너를 돌보라고 해서 온 거라고? 너와 성지용이 무슨 사이인데?”
서규영은 성지용의 이름이 나오면 박시형이 발끈할 것을 알았다. 그래서 며칠 동안은 말하지 않았다. 서규영은 한숨을 내쉬고 나서 대답했다.
“그냥 나와 그 사람 사이의 거래일 뿐이야. 성지용 씨도 좋은 사람은 아니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
박시형의 얼굴은 더욱 심각해졌다.
“너희 사이에 무슨 거래가 있는 거야?”
서규영은 박시형을 똑바로 바라보며 의도적으로 말했다.
“안 알려줄 거야.”
“서규영!”
“왜?”
“내가 여러 번 말했잖아. 성지용은 건드리지 말라고. 그 자식은 너에게 불순한 의도가 있어.”
서규영의 말투는 점차 무심해졌다.
“알아. 세 사람 모두 나에게 불순한 의도를 품고 있잖아. 오빠는 나를 대역으로, 육연우 씨는 아이를 낳을 자궁으로, 성지용 씨는 나를 이용해 인정 빚을 갚으려고 해. 쳇, 내 역할이 이렇게나 컸을 줄은 몰랐네.”
박시형은 침묵했다. 그의 얼굴은 다시 보기 힘들 정도로 음울해졌다. 주변의 기운도 차갑게 변했다.
서규영은 이것이 그의 진짜 모습이라고 알았다. 차갑고 우울하며,약간 광기 어린 모습 말이다. 이 두 가지 얼굴은 마치 한 몸에 살면서 번갈아 나타나는 듯했다.
“그럼 우리에게서 멀어져. 누구도 신경 쓰지 말고.”
등을 돌린 박시형의 목소리에는 끝없는 냉담함만이 남았다.
“서규영, 너 가. 네 보살핌은 더는 필요 없어. 이혼 합의서는 오후에 보내줄게. 나머지 절차는 변호사에게 맡기면 돼. 아마 다시 볼 일은 없을 거야.”
서규영은 박시형의 태도가 이렇게 빨리 변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조금 짜증이 난 서규영은 직접 컴퓨터를 챙겼다.
“내가 여기서 있고 싶어서 있는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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