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9화
“아, 맞다 여보.”
양지유가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만약 그 사람들이 여보더러 속옷 모델 하라고 하면... 그건 안 하면 안 될까? 나는 여보가 그런 모습으로 다른 여자들 앞에 서는 게 싫어.”
순간, 손태하는 멍해졌다.
양지유의 눈빛에는 장난이 아닌, 은근한 걱정과 불안이 섞여 있었다.
“그건...”
그는 잠시 말을 고르며 머뭇거렸다.
‘이미 소연 누나랑 다 얘기해 뒀는데. 게다가 속옷 모델 쪽은 페이도 훨씬 좋은데...’
“그게, 회사에도 다른 속옷 모델이 몇 명 있긴 한데. 페이도 꽤 괜찮고...”
“여보, 그 돈은 안 벌면 안 돼?”
양지유는 그의 말을 자르듯 나지막이 말했다.
“다른 여자가 여보 속옷 입은 모습 보는 건... 나 질투 난단 말이야.”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감정의 떨림이 있었다.
의류 업계에서 오랜 시간 몸담아 온 그녀였기에, 남녀 속옷 모델쯤은 수도 없이 봐왔다.
하지만 막상 자기 남편이 그런 일을 한다고 생각하니, 이상하게 마음이 편치 않았다.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가슴은 묘하게 쓰리고 서운했다.
손태하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부드럽게 웃었다.
“그래, 알겠어. 좀 있다가 소연 누나한테 얘기해서, 앞으로 속옷 모델 일은 안 하겠다고 할게.”
양지유가 질투하고 속상해한다면, 그깟 돈쯤이야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에게 중요한 건 언제나 돈이 아니라, 눈앞의 그녀 한 사람이었다.
“우리 여보, 너무 착하다.”
양지유의 얼굴에는 저절로 부끄러운 미소가 번졌다.
그녀의 눈빛이 따뜻하게 흔들리며, 식탁 위 공기마저 한결 부드러워졌다.
...
점심 식사 후.
“이제 좀 쉬어. 나는 다시 출근해야 해.”
“응, 알겠어. 우리 여보 수고가 참 많아...”
두 사람은 짧지만 격렬한 입맞춤을 나눴다.
숨결이 맞닿은 순간, 서로의 온기가 가슴 깊이 스며들었다.
잠시 후, 손태하는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다녀올게, 여보.”
그는 탱크 300 블랙워리어의 시동을 걸었다.
묵직한 엔진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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