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5화
공지한은 사실 미술관에서 임윤슬을 정말로 다시 보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아침에 임윤슬에게 쫓겨난 뒤 호텔로 돌아와 잠시 눈을 붙였다. 전날 밤 거의 한숨도 못 잤기에 몹시 피곤했다.
오후에 깨어나 룸서비스로 식사를 시켜 대충 끼니를 때웠지만 임윤슬이 돌아오는 기척이 없었다. 그녀가 아침에 일이 있다고 했고 경연 때문에 온 걸 알기에 괜히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혼자 호텔 밖으로 나와 목적 없이 거리를 걸으며 사색했다.
‘윤슬이라면 어디로 갔을까? 노흐르담 성당일까? 아니면 베른탑일까?’
그러다 임윤슬이 디자인을 좋아한다는 게 떠올라 혹시 미술관에 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파뤠에는 미술관이 셀 수 없이 많아 어느 곳에 있을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공지한은 단지 직감에 의지해 한 곳을 골라 택시를 탔다.
미술관을 한 바퀴 돌았지만 임윤슬의 모습은 보이지 않자 자신을 비웃었다.
‘이런 건 드라마 속에서나 있는 일이야. 우연한 재회 같은 건 다 연출된 대본일 뿐이야.’
실망스레 고개를 저으며 출구로 향하던 찰나 다시 한번 전시실 쪽으로 발길을 돌려 거대한 모네의 작품을 쳐다보았는데 임윤슬을 발견했다.
순간 온몸에는 놀람과 기쁨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혹시 환영을 보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 눈을 몇 번이고 깜빡였다. 정말 임윤슬이었다. 공지한은 처음으로 운명이라는 단어를 믿고 싶어졌다.
이렇게 넓은 파뤠에서 둘은 다시 만났다. 이번엔 공지한은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 임윤슬이 몰입해 그림을 보는 걸 방해하고 싶지 않아 조심스레 다가가 그녀의 뒤에 멈춰 섰다.
그렇게 임윤슬은 그림을 보고 공지한은 그녀를 봤다. 두 사람의 모습은 눈앞의 거대한 그림과 어우러졌다.
스쳐 지나가던 관람객들조차 그 기운을 느끼고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
얼마 후 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았다. 임윤슬은 그 눈빛 속의 깊은 감정이 조금은 불편했지만 이러다가 더는 돌아가지 못할 것 같아 조용히 다가가 공지한의 앞에서 멈춰 섰다.
“여기서 보다니 참 우연이네요.”
“그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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