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0화
어쨌든 지세원만 집에 들어오면 기회는 생기는 법이었다.
...
공주희는 감기 기운이 심해서 거의 이틀을 내리 잠만 잤다. 몸에 힘이 하나도 없으니 밥을 할 생각도 안 났고, 입맛도 없어 제대로 먹은 게 없었다. 감기약을 먹으면 금방 졸음이 몰려와 점심에도 빵 몇 조각 대충 먹고 약을 삼킨 뒤 그대로 쓰러지듯 잠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문 두드리는 소리에 공주희는 반쯤 눈을 떴다.
지예빈이 온 줄 알고 중얼거렸다.
“예빈이가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끝났지?”
공주희는 헝클어진 머리, 캐릭터 잠옷 차림 그대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비틀거리며 현관 쪽으로 갔다.
그리고 문을 열며 중얼거렸다.
“예빈아, 오늘 왜 이렇게 일찍 끝났어?”
공주희는 문에 기대선 채 문밖에 누가 있는지도 제대로 보지 않았다.
그런데 아무 대답도 들리지 않자 그녀는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순간, 잠이 통째로 달아났다.
“세, 세원 오빠가 왜, 왜 여기...”
지세원은 아침에 집에서 나갔던 정장 차림 그대로였다. 손에는 비닐봉지 몇 개가 들려 있었는데 아무래도 장을 본 모양이었다. 투박한 비닐봉지는 그가 입은 고급 정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들어가도 돼?”
지세원이 물었다.
공주희는 허둥지둥 몸을 비켜 길을 터주었다.
지세원은 들어오자마자 봉지를 주방에 내려놓고 외투를 벗었다. 소매 단추를 풀고 팔을 걷어 올렸는데 요리를 하려는 듯했다.
공주희는 문을 닫고 그 뒤를 따라 주방 앞에 멈춰 섰다.
그 순간 목이 간지러워져 기침을 몇 번 했다.
지세원은 잠옷 차림의 그녀를 돌아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감기 걸렸다며. 옷도 안 챙겨 입고 돌아다녀? 밥도 제대로 안 먹었겠네. 다시 방에 들어가서 누워. 내가 죽 끓일 테니까 다 되면 부를게.”
그제야 공주희도 자신이 잠옷 그대로 뛰어나왔다는 걸 깨달았다. 지예빈인 줄 알았기에 겉옷은커녕 속옷조차 입지 않았다.
그 사실이 머리를 강타하는 순간, 그녀의 뺨은 화르르 타오르는 듯 붉게 물들었다.
공주희는 고개를 숙이고 등을 잔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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