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1화
공주희는 지세원이 따져 묻는 줄 알고 바로 설명했다.
“아침에 일이 별로 없어서요. 논문 고치면 이론 공부도 되고 그러는 것 같아서요. 걱정 마요, 아무도 몰라요. 다들 제가 기획안 쓰는 줄 알아요.”
지세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릇을 가져오더니 국을 뜨고는 그녀 앞에 놓았다.
표정만 보면 화났는지 아닌지 좀처럼 알 수가 없었다.
공주희는 괜히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스스로도 변명 같다는 걸 알고 있어서 기가 죽었다.
지세원은 수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국부터 마셔. 이따가 기침약 더 먹고.”
공주희는 그릇을 들고 단숨에 반 넘게 들이켰다. 부드럽게 우러난 닭고기의 깊은 맛이 기가 막혔다.
그녀가 국을 다 마신 걸 보고서야 지세원은 본론으로 들어갔다.
“왜 강율 논문을 네가 고쳐?”
공주희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솔직하게 답했다.
“강율 외할머니 댁이 저희 외할머니 댁 바로 옆이었거든요. 어릴 때 같이 좀 어울렸어요. 그런데 외할머니 돌아가신 후로 그쪽에 안 가니까 걔가 점점 잊혔었죠. 얼마 전에 엄마가 외할머니 댁 내려갔다가 강율이랑 강율 어머니를 만났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강율이 저보다 어리고 하니까 잘 챙겨주라고 했어요. 놀라운 게 강율도 이강대 건축과더라고요.”
“그래? 동생이니까 잘 챙겨야지. 논문은 내가 고쳐줄게. 앞으로는 그 친구더러 나한테 연락하라고 해.”
지세원의 표정은 눈에 띄게 급변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잔뜩 굳어 있던 얼굴이, 공주희의 이야기를 듣는 사이 천천히 풀리더니 결국 입꼬리가 걸렸다.
공주희는 그런 지세원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정말요? 세원 오빠가 왜 강율 논문을 도와주는 거예요?”
지세원은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희야, 내가 너한테 언제 거짓말한 적 있어?”
공주희는 그제야 어깨가 확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남의 논문을 도와주는 건 솔직히 부담이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지도 교수인 이 교수의 깐깐함을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괜히 도와줬다가 강율 발목이라도 잡으면 난감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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