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4화
강율은 전화를 끊고 난 뒤에도 한동안 휴대폰을 손에 쥔 채 하늘을 올려다봤다.
둥근 달과 흩뿌려진 별빛을 바라보니 얼마 전 공주희와 함께 산꼭대기에 올랐던 기억이 생생히 떠올랐다.
그때 공주희가 환하게 웃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서 그는 휴대폰을 세게 움켜쥐었다.
좋아하는 사람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학교에 다닐 때 그는 이미 공주희라는 이름을 알고 있었다.
이 교수는 늘 두 사람 이야기를 했다. 하나는 가장 믿음직한 지세원,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가장 애를 먹이는 공주희였다.
둘 다 유명했지만 이 교수의 평가는 단순했다.
예쁘장하게 생겼지만 과목별 실력 차이가 심했다고 한다.
그렇게만 듣고 넘어갔던 그는, 어느 날 이 교수의 연구실에서 우연히 공주희의 사진을 봤다.
그때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하나였다.
‘정말 예쁘네.’
그 후 학교 앞 고깃집에서 그녀를 마주쳤을 때, 단번에 알아본 것도 당연했다.
지세원의 이름은 건축학과뿐만 아니라 이강대 전체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굳이 도서관에 전시된 사진을 보지 않아도 되었다.
한때 지세원은 강율의 우상이었다. 건축학과 학생이라면 그를 존경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그런 그와 경쟁자가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하지만 남자의 촉은 생각보다 정확했다.
강율은 지세원을 처음 마주한 순간, 자신을 향한 적대감과 공주희를 향한 소유욕을 단번에 알아챘다.
사랑하는 여자를 바라볼 때의 그 눈빛은 숨길 수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공주희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 태평했다.
지세원이 자기를 동생 정도로만 생각한다고 믿고 있었다.
그게 어쩌면 강율에게는 다행이었다. 그래야 그에게도 기회가 생기니까.
지세원도 휴대폰을 내려놓지 못했다.
강율의 속내를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가 이 정도로 눈치가 빠를 줄은 몰랐다.
역시 서로 못마땅해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씁쓸하게 웃었다.
이 나이에 갓 스무 살 넘은 애와 경쟁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문득 자신감이 확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
임윤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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