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화
임윤슬은 의외로 밤새 잘 잤다. 아침에 문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 비몽사몽인 채 문을 열자 공지한이 서 있는 걸 보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공지한이 맹세컨대 문이 열리고 나타난 광경에 그만 숨이 막혔다.
어젯밤만 해도 세 번이나 찬물 샤워를 하며 억눌렀던 불길 때문에 결국 감기까지 걸려 오늘은 회사에도 못 나갔다.
방금 막 일어나 문을 연 작은 여자는 머리칼이 헝클어진 채 어깨 위로 흘러내렸고, 공지한의 흰 셔츠를 걸친 몸에서는 두 다리가 길게 드러나 있었다. 셔츠 자락은 간신히 엉덩이를 가렸고 앞섶 단추는 풀려 은근히 드러나는 가슴선이 눈에 거슬렸다.
공지한은 고개를 홱 돌리며 가볍게 기침하고는 손에 들고 있던 봉지를 내밀었다.
“옷 갈아입어. 아침에 사람 시켜서 가져오게 했어. 어제 입은 드레스는 입고 나가기 불편할 거야.”
임윤슬은 얼굴을 붉히며 봉지를 받았다.
“고마워요.”
문을 닫고 화장실로 들어가서야 셔츠 단추가 풀려 있는 걸 깨달았다.
‘그 차림으로 문을 열어 공지한과 마주 서 있었다니... 그것도 꽤 오래... 아악, 제발 사라지게 해줘. 아까 공지한이 옷을 건네줄 때 고개를 돌리고 있던 이유를 이제야 알았어.’
임윤슬은 얼굴이 화끈거려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봉지 속에서 작은 샤넬풍 원피스를 꺼내 입고 세수까지 한 후 일부러 시간을 질질 끌다 겨우 방에서 나왔다.
밖은 적막했다. 공지한이 이미 회사에 간 것 같았다.
임윤슬은 서둘러 내려와 거실로 갔다가 소파에 놓여 있는 자신의 가방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집으려 했다. 그때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다 됐어? 와서 아침 먹어.”
회색 잠옷과 슬리퍼 차림의 공지한이 부엌에서 그릇을 들고 나왔다. 차갑고 깔끔한 분위기는 마치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인물 같았다.
임윤슬은 방금 정말 기절할 뻔했다. 이 시간까지 집에 있을 줄은 몰랐다. 회사 간 줄 알고 가방만 챙겨 나가려 했었다.
“아... 안 먹을래요. 먼저 가볼게요.”
“아침엔 여기서 차 잡기 힘들어.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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